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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투자할 결심]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발상 투자’ 생각 버려라…인플레 가고 경기 침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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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끝 모르는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2600선 탈환을 노렸던 코스피지수는 2200을 내줬고, 2100 사수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다. 얼마 전 일부 증권사가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저점을 1920으로 전망하며 충격을 줬는데, 이젠 현실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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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메리츠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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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내주기 하루 전인 지난 달 26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이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며 당분간 주식 비중을 늘려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이미 예상이 무의미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도 내년 말은 돼야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2200선 붕괴가 눈앞에 있고(9월 26일 기준),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증시의 향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4분기 중 증시가 소폭이나마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9월 FOMC 이후 그런 낙관적 전망이 사라진 상황이다. 원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9월에 최대치를 찍고 심리적 변곡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연준이 ‘끝까지 물가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나. 11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의 75bp 인상)이 단행될 것이다. 지금 기대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음에도,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까지 내려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고금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얘기했듯, 우리는 이제 ‘뉴노멀(new normal)’, 즉 ‘저성장 속 고물가’ 상태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곧 주식 시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는 환경이 돼버렸다.”

-경기 침체는 언제쯤 본격적으로 시작될까.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침체에 들어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오면 경기 침체로 정의한다. 다만, 실질적인 침체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제 관건은 경기가 연착륙하느냐 혹은 경착륙하느냐, 그리고 침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장기적 경기 침체에 들어간다면 그 어떤 주식도 사선 안 된다.

불행 중 다행은 장기 침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시적이며 가벼운 수준의 침체에 그칠 확률이 높다.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려면 투자와 소비가 둘 다 무너져야 하는데, 현재 투자는 부진한 반면 소비는 과거의 장기 침체 때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또 장기 침체까지 가려면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나고 신용과 유동성 리스크가 동시에 발현돼야 한다. 부채를 강제로 줄여야 해 구조조정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러면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비중이 심각하게 높진 않다.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이 50% 정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이 정도 부채 비율로 대공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파산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투자금 조달로 버텨온 산업군에서 일부 디폴트가 나올 수는 있지만, 나라 전체가 휘청일 정도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좀 다르지 않나. 시스템 리스크까지 번질 우려가 없는지.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많긴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의 위기가 한국의 문제에서 불거진 게 아니라 달러화 강세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강달러 때문에 모든 가격 지표에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수입 물가가 치솟았고 가계 물가가 오른 것이다. 원화 약세는 한국의 자체적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띠고 있다.

바꿔 말하면,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진정될 경우 구조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외환보유고도 이전보다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킹달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 달러화의 강세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원·달러 환율은 대체 얼마까지 오를까.

“애널리스트는 적정 가치가 얼마 인지를 계산하는 사람이다. 우리 경제 체력에 따른 적정 환율, 기업 이익에 따른 적정한 주가 수준은 계산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예외적 구간에 접어든 환율이 얼마까지 갈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 환율은 이미 심리적인 적정선, 즉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다. 평균에서 표준편차의 2배정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굉장히 예외적인 구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려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것이라는 신뢰가 생겨야 한다. 또 위안화와 유로화 약세가 멈춰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를 누르기 위해 애썼는데, 지금 이에 대한 반작용이 크게 나오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위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럽은 올 겨울 에너지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게 관건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이제야 인상하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하고 조금 진정시키는 데 그칠 것이다.”

-달러화 강세가 단지 연준의 매파적 정책에만 기인하나.

“일본과 유럽이 글로벌 경제 리더십에서 탈락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며, 미국과 중국·러시아 양대 축으로 나뉘는 경제 블록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 간 생산 비용의 비교우위에 따라 무역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우리 편이 아니면 물건을 사 주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로 전체적인 비용 효율이 떨어지게 됐다. 앞으로는 과거의 저물가·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뉴 노미널(New Nominal)’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명목가치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지금 중국의 GDP는 미국의 60%까지 따라잡았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강달러 국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자본 유출은 늘어나고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정치경제학적 이유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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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 지폐.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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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얼마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나. 연준과 보폭을 맞춰야겠지만 경제적 체력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3.5%까지는 올릴 것 같다. 연준보다 우리가 먼저 완화적 스탠드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다. 경기 침체 위험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으나, 한국 경기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언제쯤 내릴 것으로 보나.

“내년까지는 인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기대인플레이션을 꺾으려 하고 있으나, 빠르면 내년 말쯤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파월이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듯, 경기 침체 신호가 될 만한 데이터를 미리 포착한다면 완화적 스탠스로 돌아설 여지가 충분히 있다.”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지 않나.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걸까.

“굉장히 민첩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비판자들이 굉장히 많지만, 사실 연준보다 똑똑하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7월까지만 해도 시장에는 이른바 ‘파월 피봇(pivot·입장 선회)’, 즉 연준의 긴축 종료와 이완 정책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파월은 8월 말 잭슨홀미팅에서 강한 매파적 스탠스를 드러냈고, 결국 얼마 뒤 공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대폭 상회하며 충격을 줬다. 연준은 물가가 별로 낮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증시가 다른 나라들의 증시와 비교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한국 증시는 늘 다른 나라들보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지금 유독 저평가됐다고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현재 신흥국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13배, 선진국 PBR이 15~16배 정도다. 코스피지수 PBR은 10~12배 수준이다.

굳이 저평가 이유를 찾자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겠다. 전세계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자 우리 증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 시장은 외자 유출입이 용이한 유동성 환경을 갖추고 있어 투자 심리가 냉각될 때 자금 이탈이 쉽게 이뤄진다. 그 외에 배당 성향 등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점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이 10조원 정도 빠져나갔다. 연말까지 투자금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는지.

“증시의 펀더멘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총합이 180조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완화된다면, 내년 쯤 한국 주식을 주워 담기 좋은 타이밍이 올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제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산업을 많이 영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은 2차전지, 의약품 위탁생산(CMO), 그리고 반도체 강국이다. 과거에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낼 수 있는 산업이 있어 외국인들의 눈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전망치가 현 수준에서 더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나.

“3분기 실적은 안 좋을 것이고, 실적 전망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총합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가 연초 195조원에 달했는데, 2분기가 지나자 185조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3분기 실적이 나오고 나면 170조~18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다만 순이익 전망치는 계속 내려오고 있으나, 역사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실적이다. 실적 전망치의 조정 폭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 주식을 저가 매수해도 될 시기는 언제인가.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쯤 경제 지표들을 확인한 후에 진입해도 된다.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는 걸 확인해야만 저가 매수에 대한 판단이 설 것 같다. 그때가 주식 비중을 확대할 만한 시점이다.”

-하락장에서 선방할 만한 종목을 추천한다면.

“세상을 바꾸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관련 기업들이 주도주가 됐듯, 이제는 반도체와 전기차, 2차전지, CMO 관련주가 증시를 주도해나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중요한 테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발 에너지 위기를 보며 우리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자력)’을 증시 주도 테마로 많이 언급한다. 이들 테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앞에서 언급했듯 2차전지는 의미가 있다. 조선이나 방산, 원전도 현재 수주 상황은 좋으나 수주 이후에는 한계가 나타날 것이다.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혜를 보고 있다. 한국 무기는 기술력이 뛰어난데 미국 기업들에 비해 가격이 낮아 가성비가 뛰어나다. 원전은 국가마다 정책이 제각기 달라 애매하다. 오히려 풍력 발전 관련 산업이 나을 수 있다.”

-주식시장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평균 가격 회귀의 속성으로 보면 채권 시장의 상황은 지금이 제일 낫다. 금리가 더 공격적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개인이 채권 투자를 잘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다가 향후 주식 비중을 늘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채권은 각 채권의 성격에 맞게 장기 투자해야 하는 대상이다. 시세 차익을 본다는 생각보다는 보유해서 이자를 받고 원금을 돌려받는 안정적 투자처로 생각해야 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돈을 넣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쫓기는 돈은 시간을 이겨낼 수 없다. 시황이 좋을 때는 레버리지를 동원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또 자신의 투자 능력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 어떤 투자자도 압도적인 인사이트(통찰력)를 갖기는 어렵다. 역발상 투자나 ‘다수를 이기는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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