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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주식·코인은 당분간 힘들다”… 짠테크족, ‘달러 재테크’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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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홍모(25)씨는 이번 달부터 달러를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며 달러를 모아둔다면 소소한 용돈 벌이가 될 것 같아서다. 그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아르바이트 급여 중 10% 정도를 달러로 교환했다고 한다.
홍씨는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 은행 예금보다 수익이 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주식, 가상화폐도 계속 하락세라 소액 투자 개념으로 달러를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소액 투자를 통한 재테크의 하나로 중고거래 앱 등에서 달러를 모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출입국 시 방역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해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4일 국내 대표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달러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달러를 판매하거나 구매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달러가 금값이 되자, 이른바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투자하는 것)’에 나선 사람들이 달러화 투자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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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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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달러를 조금씩 구매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부모님이 미국에 거주해 1년에 1~2번씩 미국에 들어가야 한다. 이씨는 정기적으로 미국에 가야 해 모아뒀던 달러가 최근 가치가 크게 올라, 본격적으로 달러를 더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근마켓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해 괜찮은 가격에 달러화를 판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지를 검색한다”며 “혹여 환율 오름세가 꺾여도 흐름을 보면 크게 떨어질 일은 없고, 미국에서도 써야 할 돈이라 계속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짠테크족(族)들이 달러화를 개인 거래로 구매하려는 이유로 간편함과 비용 절감을 꼽는다. 현행 외국환 거래규정에 따르면 5000달러 이하의 개인 간 거래는 법적으로 허용된다.

은행이나 환전소에서는 한 번에 많은 돈을 바꾸는 게 가능하고 일부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지만, 영업 시간이 정해져 있고 영업점을 방문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반면 당근마켓 등은 거주지나 직장 등 원하는 장소에서 만나 거래를 할 수 있고, 교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라는 것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달러 구입 수수료는 1.75% 수준이다. 경기 용인에 사는 조모(30)씨는 “직장인이라 점심때 외에는 평일에 은행에 갈 엄두를 못 낸다”며 “개인 거래를 통하면 일정을 미리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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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달러를 파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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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거래로 달러 모으기에 나선 사람들은 현재 자산 시장에선 달러화가 거의 유일한 투자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글로벌 경제 흐름상 주식과 가상화폐는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큰 반면, 달러는 출입국 규제 완화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로 계속 값어치가 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주식과 가상화폐 등은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적인 인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주식, 가상화폐 시장은 추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다만,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에 지금 달러화를 사 모아도 기대만큼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국내 금리를 올리고 외환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환율은 차츰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며 “오히려 최근 급락한 주식 시장에서 수익 전망이 좋은 우량주를 골라 투자하는 게 재테크 측면에선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0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7원 내린 1430.2원을 기록했다. 이날 약세로 마감하긴 했지만, 환율은 최근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8일 1440원까지 올랐다. 이는 1190.5원으로 마감했던 지난해 말 대비 20% 넘게 오른 수치다.

환율은 특히 지난달부터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6월부터 약 두 달간 1300원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 달여 만에 100원이 넘게 뛰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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