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 전 대통령의 서면 조사 통보 소식이 알려진 후 민주당은 격앙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온갖 국가 사정기관이 충성 경쟁 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다.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며 "권력남용 끝에는 냉혹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렸던 역사를 기억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수위부터 시작한 검찰과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보복의 타깃이 문 전 대통령임이 명확해졌다"며 "퇴임한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해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보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이 진정 촛불을 들길 원하는 것입니까"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진실 확인을 위한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서해 공무원 관련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6시간 동안 우리 국민을 살리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문제와 월북으로 규정한 과정 등의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생명을 잃었다.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건 정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야권에선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7월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 지원 기관"이라고 발언했고, '실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전 정부 감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문재인 정권 죽이기'가 본격화됐다고 본다. 특히 민주당에선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 등으로 정권이 위기를 겪을 때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였던 기억들을 소환한다. 한 친문계 핵심 의원은 "'노무현 트라우마'가 여전히 강한데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비슷한 방식을 택한 이상 앞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또 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사 요구를 시도한 점에도 주목한다.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대통령 외교 참사,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의지를 밝히면서 이번 국감에서 여야는 문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한 민주당 중진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한 정부 여당의 물타기 시도"라고 주장했다.
향후 여야 및 신구 정권 간 강대강 대결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통해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정 지지층 40%로 퇴임한 문 전 대통령 측도 지지층 결집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김건희 특검법 입법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출석 요구와 서면 답변 거부로 조사 마무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감사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두 사람 모두 거부한 것으로 지난달 29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7월 19일 감사에 착수해 당초 8월 3일까지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감사 기간을 지속적으로 연장해 현재 10월 14일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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