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결국 대기업부터 '전기요금' 인상…"고통스럽지만 올려야 산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윤세미 기자] [편집자주] 현재 한국전력은 전기 1만원 어치를 사서 6000여원(산업용 기준)에 판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다. 전 정부에서부터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진 가운데 연료비가 급등한 탓이다. 올해 30조원에 달할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전의 유동성 위기와 자본잠식을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MT리포트]벼랑 끝 한전, 올려야 산다(下)]


[단독 "대기업부터 전기료 비싼 시간대 늘려 전기요금 인상"

머니투데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대한 인상분을 이번주 내로 발표 예고해 동절기를 앞두고 서민 부담 가중이 예상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를 비교적 값싸게 대규모로 이용해온 대기업들이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도록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에 대해 전기요금 단가가 비싼 '최대부하 시간대'를 늘려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들은 전체 전기 사용자의 0.2%에 불과하지만 전력 사용량은 55% 이상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늘려 전력원가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 에너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효과적 방안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기요금이 훨씬 더 올라야 한다"며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용 을'로 분류되는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용 전기요금에 대해 최대부하 시간대를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산업용 전기요금 제도 개편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용 요금체계는 계절별·시간대별로 구성돼 있는데, 우선 최대부하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전력량 요금은 계절과 시간대별로 다른 단가가 적용된다. 대체로 봄·가을철이 여름철과 겨울철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다. 마찬가지로 새벽 시간대의 전기요금이 낮 시간대보다 낮다.

산업부는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로 나뉜 시간대별 요금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최대부하 시간대는 봄·여름·가을철의 경우 10~12시, 13~17시이며 겨울철은 10~12시, 17~20시, 22~23시로 설정돼 있다. 이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면 다른 시간대보다 더 높은 전기요금 단가를 적용받는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에 대해 계절별 최대부하 시간대를 각각 1~2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기재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용 전기요금을 포함해 전체적인 계약종별 전기요금 개편이 필요하지만 순차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에너지 다소비 업체를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현재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는 용도별(계약종별)로 △주택 △일반 △교육 △산업 △가로 △농사 △심야로 구분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용도별 전체 원가회수율은 평균은 85.9%였다. 2020년 101.3%에서 대폭 하락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때문에 올해 전체 평균 원가회수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이외에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산업부는 대기업을 위주로 3년에서 5년마다 시행하는 '에너지 진단' 과정에서 진단 비용 지원, 효율 향상 등에 따른 대출 우대 등의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전기 가격이 너무 싸다.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 등) 가격을 낮추면 에너지를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더 쓰게 된다"며 "가격이 비싸지면 꼭 필요한 사람이 쓰는데 고통을 받지만 국가 정책 차원에선 에너지가 비싸지면 비싼 상태에서 정책이 이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가 국민에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에너지 전력 차원이나 안전성, 안보 등 이런 것을 위해서 우리가 불가피하게 에너지 가격을 올린다는 건 사실은 고통스러운 것을 견디는 정책"이라며 "그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에너지판 리먼사태 올라"…위기에 쓰러지는 해외 전력사들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력 공급업체들이 원가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경영 위기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유럽에선 에너지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왔다.

에너지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제 회복 속에 수요가 증가하고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정학적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에너지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올해 6월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를 받자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 차단으로 보복에 나서면서 가스 가격 폭등을 유발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10월물은 메가와트시(MWh)당 200유로를 넘어서며 올초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메가와트시당 19유로 수준이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10배 넘게 올랐다. 지난 26일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해저 가스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3건의 가스 누출 사고까지 벌어져 에너지 불안은 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단위: 메가와트시(MWh)당 유로)/사진=인베스팅닷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전력 공급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파산도 잇따른다.

영국에선 170만 가구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던 영국 7위 에너지 공급업체 벌브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31곳에 달하는 전기·가스 소매업체가 파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에도 UKEIH가 경영 위기로 고객을 다른 공급업체로 이전시켰다. 영국은 에너지시장 규제기관 OFGEM(오프젬)이 소매가격의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이 상한 가격이 공급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게 여러 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졌다고 가디언은 지적한다. 당국은 에너지 업체 파산이 잇따르자 가스 도매가격을 더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가격 상한선 갱신 주기를 6개월에서 내년부터 3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다만 리즈 트러스 새 정부는 가정·기업의 커진 에너지 부담을 덜기 위해 보조금을 대폭 투입한다.

에너지업계의 도미노 파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비상 개입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독일에선 에너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에너지 업체들의 국유화가 진행 중이다. 독일 최대 천연가스 구매업체 유니퍼는 올 여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대폭 줄임에 따라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현물 시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에 가스를 구매하면서 경영이 극도로 악화했다. 독일 정부는 결국 290억유로를 들여 유니퍼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으며 'VNG', '시큐어링에너지포유럽'(SEFE)에 대해서도 국유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스웨덴은 내년 3월까지 전력 공급업체들의 물량 구매를 돕기 위해 230억유로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고, 핀란드 역시 에너지 업계에 100억유로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스웨덴은 "이번 위기는 에너지 부문에서 리먼 브러더스 위기가 촉발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전력업체들의 줄도산을 시작으로 증시 붕괴,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상품시장 정보업체 크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 "우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유틸리티 회사들이 일상적인 회사 운영에 사용할 돈이 없어 파산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이 안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향후 각국 정부의 추가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