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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여총리 “내 동거남은 좌파”…이탈리아 ‘퍼스트 젠틀맨’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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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영부인과 동등하게 남자를 부를 단어가 없다고 생각해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45)의 사상 첫 이탈리아 여성 총리 등극이 확실시되면서 동거인인 안드레아 잠브루노 씨(41)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방송사 메디아세트의 뉴스쇼 '스튜디오 아페르토' 진행자인 잠브루노 씨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퍼스트 젠틀맨'이라는 칭호에 대해 "마땅한 단어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통 여성 국가수반의 남편을 퍼스트 젠틀맨으로 부르지만, 잠브루노 씨는 멜로니 대표와 정식 결혼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다. 둘 사이에는 여섯 살짜리 딸 지네브라 잠브루노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에서 벌써 퍼스트 젠틀맨으로 불린다. 이전까지 여성 총리가 없었던 까닭에 퍼스트 젠틀맨도 없었다. 잠브루노 씨는 "멜로니가 외국 방문 시 동행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면서도 "로마의 총리 관저에 같이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르사유와 같은 건물에서 여섯 살짜리 소녀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우리는 집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4년 방송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로 만나 교제를 시작했으며 멜로니 대표가 로마 시장 선거에 출마한 2016년에 딸을 낳았다. '여자 무솔리니'라고 불릴 만큼 이탈리아의 대표 극우 정치인인 멜로니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잠브루노 씨에 대해 "나와는 달리 좌익 성향이어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다음 선거에선 나를 위해 투표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잠브루노 씨는 이에 대해 "(멜로니가) 농담한 것"이라며 "나는 좌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안락사 등 일부 윤리적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어렵게 자란 멜로니 대표와 다르게 그는 밀라노 중산층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잠브루노 씨는 "멜로니가 얼마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를 생각하면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라며 "멜로니는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멜로니는 (총선 다음 날인) 월요일에 기자회견 대신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프에서 나왔다"며 "만약 남성 정치인이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가 이겼다'고 외쳤을 것이다. 멜로니는 여성이 남성보다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멜로니 대표는 잠브루노 씨에 대해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좋은 아빠"라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라고 소개했다.

둘이 교제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4%에 불과하던 Fdl의 지지율이 최근 26%까지 급등한 것에 대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잠브루노 씨는 "멜로니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 전까지 공부한다"면서 "고위 정치인은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지만 나는 멜로니의 일을 잘 알고 있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멜로니 대표는 이르면 다음달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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