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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전사 자금조달 초비상...채권금리 6%인데도 안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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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전채 대거 발행했지만 투자자 없어

금리 더 올라야 자금조달 가능.."자금경색 올라"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채권 발행을 서두르자.”(카드·캐피탈사) vs “금리 더 오르면 채권값 떨어질텐데, 지금 매수는 신중하자.”(기관투자자)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캐피털사) 등 여전사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신용경색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채권시장에서 여전채 소화가 쉽지 않아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여전채 매입을 해온 기관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당장 만기가 돌아온 여전채를 갚고, 운영자금도 급한 카드·캐피탈사들은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이달부터 기관투자자들은 채권 매수를 줄이며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전언이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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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전채 발행만 급증한 이유는

채권시장은 한달이 멀다 하고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달 발행된 기타금융채는 9조1030억원으로 전월 대비 82.6%(4조1180억원) 증가했다. 기타금융채는 카드사와 캐피털사와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발행하는 여전채가 대부분이다. 일반회사채 발행 물량이 59.3% 감소하고 은행채 역시 32.0%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한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전채 발행에 적극 뛰어들었다”며 “8월에만 해도 채권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꽤 많아 자금 조달에 애를 먹진 않았는데, 이달 들어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지난달만해도 투자자들이 금리가 오를 만큼 올라 앞으론 속도조절을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신한·삼성·KB국민카드가 발행한 AA+(이하 무보증) 3년물 민평평균 금리는 지난달 말일 4.864%까지 올랐는데 이는 2010년 7월20일(4.87%) 이후 12년 1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여전채는 동일 등급의 일반회사채 대비 금리가 높지만 금융채여서 탄탄하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채보다 높은 안전성을 보장받으면서도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채권 시장에서 여전채가 다시 소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금리 점도표가 문제가 됐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4.25~4.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고 1.25%포인트 더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일부 위원들은 내년 4.75~5.0%까지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투자자로선 기다렸다가 금리가 더 오르면 투자하는 게 나은 셈이다. 여전업계 한 임원은 “연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당분간 채권 물량이 소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전채 이미 연 6%·역마진 불가피

여전사들이 비상이 걸린 것은 이 때문이다. 여전채 금리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는데, 더 올라야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5.643%까지 치솟았다. 롯데카드와 KB캐피탈 등이 찍어내는 AA- 3년물 금리는 5.900%다. 지난 26일엔 6.038%를 기록하기도 했다. AA- 3년물 금리가 연 6%를 돌파한 것은 2009년 11월11일(6.00%) 이후 12년 10개월 만이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0.75~1%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금리가 기준금리 인상분만큼만 올라도 연 7% 안팎의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전채 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되지 않자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기도 하지만, 만기가 짧은 탓에 금리 인상기에는 부담이다. 롤 오버(만기연장) 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운영 비용보다 높아지는 역마진도 예상하고 있다”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영업을 축소하면서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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