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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이 하면 낯선 것도 표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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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고질라 문제(Godzilla Problem)’다. 애플은 워낙 크고 영향력도 막강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질라가 지나간 곳에는 거대한 발자국과 그 발에 밟힌 잔해가 남는다.

몸집이 큰 모든 ‘공룡 ’기업이 그렇듯이, 애플도 조심조심 걸어야 할 때와 전력을 다해 질주해야 할 때를 안다. 애플의 모든 선택, 특히 아이폰과 관련된 선택은 시장을 움직이고 공급업체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고 기술 업계의 궤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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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hen L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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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처음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그때까지 사용자의 휴대폰을 좌지우지했던 이동통신사의 지배력을 없앴다. 애플은 직접 만든 인터페이스를 건드리지 않는 데 동의한 사업자에만 아이폰을 공급했다. 미국에서는 AT&T(당시 Cingular)가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eSIM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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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그 강력한 힘을 활용해 아이폰 14를 통해 신기술인 eSIM 도입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스마트폰에는 이동통신망 연결을 위해 기기의 ‘ID’가 저장된 SIM이라는 초소형 스마트카드가 탑재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정보를 기기에 손쉽게 저장하고 다른 기기로 전송할 수도 있게 되면서 SIM의 필요성이 없어졌다. 누군가가 SIM 역할을 대체할 eSIM을 고안했고 SIM 카드는 곧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많은 새로운 기술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애플은 eSIM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한 최초의 기업이 아니다. 최초 타이틀은 삼성이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SIM으로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eSIM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SIM 카드는 여전히 수많은 국가에서 필수 요건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물리적 카드의 필요성을 없앨 경우 고객이 더 쉽게 통신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필요하지 않은 변화를 위해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고질라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변화를 강요하는 애플의 힘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폰 14에는 SIM 카드 슬롯이 없다. 슬롯 자체가 사라졌다. 이 결정은 향후 전 세계 무선통신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에서는 eSIM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애플은 2018년에 출시한 모델부터 eSIM 기능을 제공했지만, 아이폰 14는 eSIM밖에 없으므로 아이폰 14로 업그레이드하는 미국 사용자는 무조건 eSIM으로 전환해야 한다.

(애플은 꽤 오래전부터 사용자들을 이쪽으로 유도해왔다. 근래에 출시된 아이폰은 SIM 카드가 설치되지 않은 채로 배송됐다. 물론 사용자가 직접 SIM 카드를 설치할 수 있지만, 주는 대로 받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

물론 미국인들도 여행을 하고,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도 높은 만큼 eSIM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여행자들에게 SIM 카드 판매로 재미를 보고 있는 다른 국가의 통신사라면 앞으로 eSIM에 적응해야 한다. 흐름은 굳어졌고 eSIM은 점점 필연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이득을 보게 될 곳, 애플

장기적으로 애플이 모든 아이폰 모델에서 SIM 슬롯을 없애려고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히 없앨 수 없으므로 미국용과 해외용, 2가지 버전을 만든다.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애플은 중국/홍콩/마카오용으로 SIM 슬롯이 2개인 아이폰을 판매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슬롯을 없애는 것은 애플에 이득이다. 물과 먼지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거슬리는 금속 SIM 슬롯을 없애고 SIM 카드를 읽기 위한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이득도 없다. 미국용과 그 외 국가용으로 내부 설계가 완전히 다른 2가지 아이폰을 만들 수는 없다. 아이픽스잇(iFixIt)에서 분해한 아이폰 14 프로를 보면, SIM 소켓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은 플라스틱 충전재가 있다. 즉, eSIM은 SIM 카드가 미국 외의 다른 국가에서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아이폰 설계의 복잡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애플이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으니 SIM 카드의 폐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람은 고질라와 싸울 수 없다. 고질라가 지나가는 길에서 피해야 한다.


다음은 어디일까?

올해 들어 애플은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드러냈다. 애플이 발표한 인공위성을 통한 긴급구조 기능은 소비자용 셀룰러 기기를 위한 인공위성 데이터 서비스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일론 머스크와 T-모바일은 애플 발표보다 앞서 자체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T-모바일의 무선 네트워크와 함께 작동해 통신사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이 파트너인 글로벌스타(Globalstar)의 인공위성 네트워크 용량의 85%를 구매했다는 소식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앞으로 인공위성 용량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이 확실하므로 새로운 데이터 위성을 많이 발사해야 할 것이다. (애플의 위성 연결은 퀄컴 5G 모뎀 칩을 사용한다. 경쟁사들도 이 칩을 구매할 수 있지만, 제한된 위성 데이터 리소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컴퓨팅 플랫폼을 운영하는 애플이 패스키(Passkey)를 통해 새로운 웹오슨(WebAuthn) 표준 보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이 표준의 광범위한 도입이 기정사실임을 의미한다. 심지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동참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홈 기기를 위한 새로운 매터(Matter) 표준은 애플 및 애플의 주요 경쟁사에 평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표준이 결실을 보도록 보장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를 바꾸는 애플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아쉽게도 고질라는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editor@itworld.co.kr

Jason Snell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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