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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두고 시끌시끌… 政 “지역균형발전” vs 野·노조 “국익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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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노조원 A씨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원에 가입했다. 주변 동료 중 상당수가 이미 당원 가입을 했다는 말을 듣고서다. A씨는 “국책은행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엄연한 노동자로서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자 당원 가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사결정?

사연을 따라가보니 상황은 이랬다. 민주당은 야당이다. 그렇다면 반대 측, 즉 여당 행보가 산은 노조원들에게 상당히 위기감을 준다는 말이다. 그 핵심 쟁점이 산은 부산 이전이다. 산은 노조원은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그래서 본사는 요즘 매일 오전 8시 30분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노조원 500여명이 20분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 경영진은 부산 이전을 기정사실로 사실상 못 박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산은이 최근 직원 퇴사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40명, 특히 7~8월에 20명가량 퇴사했다. 9월까지 약 60여명 이상이 다른 살길을 찾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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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시위를 진행하며 산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산은 노조. (산은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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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산은 부산 이전 왜?

노무현정부 때부터 이미 추진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무역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신항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산은의 부산 이전 의지가 확고하다는 시각이 비등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에서 작성한 ‘산은 부산 이전 로드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로드맵에는 이전 대상 인력, 부지, 사옥 신축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강석훈 산은 회장도 부산 이전은 바꿀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부산 이전의 이점도 적극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의 금융 경쟁력, 인프라 등이 많이 개선돼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한다 해서 경쟁력이 급전직하하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올해 3월 컨설팅 회사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순위에서 부산은 전 세계 126개 금융도시 중 30위를 차지했다. 2년 전 대비 21계단 상승했다. 핀테크 분야로 국한하면 부산 경쟁력은 더욱 높다. 전체 113개 금융도시 중 23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4계단 뛰어올랐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국가균형발전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유업이다. 이때부터 이미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은 있어왔다. 산은도 그 대상으로 계속 거론됐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산은 부산 이전설이 논의된 것도 사실이다. 이때는 오히려 당시 자유한국당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명분을 놓고 정치권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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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만만찮아

▷오세훈 서울시장 “당연히 반대”

극렬하게 반대하는 측 입장도 물론 상당히 논리적이다.

일단 법적으로 산은 부산 이전은 불가능하다. 한국산업은행법 때문이다. 관련법(산은법 4조 1항)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부산 이전은 어렵다. 그런데 현재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이를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유진 서울시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시장형 정책 금융기관인 산은이 시장에서 멀어지면 자금 조달력, 업무 효율성 악화에 따른 정책 금융 지원 여력 축소 등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세계 100대 은행 중 81%가 수도 또는 경제 금융 중심지에 있고 특히 21개의 정부 소유 은행, 정책금융기관은 100% 수도에 위치해 있다. 국가 이익을 생각해본다 해도 산은은 서울에 있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도 부정적인 입장을 비쳐 눈길을 끈다.

오세훈 시장은 올해 4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관한 입장을 묻는 정재웅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긴급현안질의에 “시는 당연히 반대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서울을 글로벌 톱5 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와중에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이전 공약이 발표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산은이 서울에 남는 대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산은 지부는 산은금융지주를 만들고 각 지역에 권역별로 산업금융공사를 신설하자는 안을 내놨다. 산은 지부 관계자는 “산은지주에서 인적 분할해 정책금융기관을 만들어 부산에 두고, 이 기관이 각 권역별 산업금융공사를 컨트롤하게 하면 제2의 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이전 강행할까

▷일부 야당 의원 무작정 반대 어려워

최근 공개된 로드맵은 산은법 제4조 개정을 내년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야당이 공식적으로는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 입장은 또 온도 차가 감지된다. 지역균형발전 명분 때문에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워하는 이도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관련 산업은행법 개정안 4건이 계류 중인데, 민주당에서 발의한 건이 3건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정부도 이런 점 때문에 여야 협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이를 추진하는 국회 정무위에 부산 출신 국회의원이 2명이나 포진해 있다는 점도 정부가 기대를 거는 이유다.

다만 의견 수렴 절차나 과정은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국민의 재산이다. 대통령이 최종적인 지휘권을 갖는 것이지 대통령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즉 대통령이 함부로 처분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건설에 통상 2조~3조원 정도가 소요되는 지하철 노선 신설도 몇 년씩 타당성 검토를 하고 경제성 분석을 한다. 공청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듣는다. 그런데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산업은행을 옮기는 결정에는 왜 아무런 분석도, 조사도, 의견 수렴도 하지 않는가?” (산은 노조 공식성명)

산은 노조의 질의에 정부와 경영진이 답할 차례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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