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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법무부 희망 거는 ISDS 소수의견…"론스타 손실, 정부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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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의 매각 가격 인하 지시 증거 없어…범죄 상황 대응한 것"

법무부, 취소 신청 적극 검토…일각서 "책임자 이름 공개" 주장도

연합뉴스

정부, 론스타 요구 6조원 중 2925억 배상…ISDS 판정
정부, 론스타 요구 6조원 중 2925억 배상…ISDS 판정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 분쟁을 심리한 중재판정부에서 "론스타의 손실은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국 정부와 연관성이 없다"는 소수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 같은 소수 의견에 기대를 걸고 향후 취소 신청을 통해 판정의 부당함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법무부가 공개한 정부-론스타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의 브리짓 스턴 중재인은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로 발생한 론스타의 손실에 한국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스턴 중재인은 먼저 금융위원회가 명시적으로 인수자인 하나은행 측에 매각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금융위가 매각 가격 인하를 원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파악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는 정황 또는 추측일 뿐이며,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매각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정황에 의존해 국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어떤 행위의 책임이 풍문이나 암시, 해석, 추측 등에 기초해 국가에 귀속된 전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스턴 중재인은 만약 금융위가 직접적으로 매각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했더라도, 이는 론스타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론스타 측은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의 피의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중 주가조작 의혹은 유죄가 확정됐다.

스턴 중재인은 "금융위가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는 당시 사건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의적인 행위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론스타의 금융 범죄로 빚어진 전례 없는 상황에 한국 금융감독 기관으로서 합리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론스타가 입은 손실은 기소된 금융 범죄에서 유죄가 선고되고, 그로 인해 계약 당사자들이 가격 인하를 합의한 결과"라며 "이러한 손실을 금융위의 직·간접적 압박 의혹과 연결 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스턴 중재인은 결론적으로 "론스타의 손실은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금융위의 압력 의혹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며 한국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수 의견은 410페이지가량의 판정문 중 40페이지에 걸쳐 개진됐다. 법무부는 판정부 내에서 이처럼 강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보고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재판정부는 스턴 중재인을 제외한 다수의견(2명)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이 부적절한 목적으로 외환은행 매각 심사를 지연시킨 책임이 일부 있다고 보고 론스타에 2억1천650만달러(약 2천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연합뉴스

10년만의 론스타 결론…정부 "일부패소 수용 못해"(CG)
[연합뉴스TV 제공]



법무부는 이날 당시 실무를 담당한 관계자의 이름이나 기관 간 주고받은 서한의 작성자명 가운데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이름은 관련 법에 따라 지우고 판정문 원문을 전체 공개했다.

책임자 규명을 위해 이름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시민 사회의 요청이 있었으나 법무부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 세금 3천100억원으로 론스타에 배상해야 하는데, 그 책임자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것이 중대한 국익 침해가 될 수 없다"며 "판정문을 자의적으로 지우지 말고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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