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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남미 바다 싹쓸이하는 중국…해양 생태계·지역 경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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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화물선 하이펑 718. 태국 농업부 수산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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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양어선들이 남미 바다에서 대규모 조업을 벌이면서 지역 경제와 해양 생태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은 에콰도르와 페루 인근 바다에서 2016년 이후 거의 날마다 조업을 하고 있다. 올해 중국 어선들의 아르헨티나 인근 바다 누적 조업일수는 1만6000일에 이른다. 이탈리아 매체 인터프레스서비스에 따르면 올해에만 중국 어선 631척이 페루와 에콰도르 해역에 진입했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으로 수산물 수요가 급증해 자국 연안에서의 조업만으로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에 봉착하자 활발한 원양어업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중국 원양어선의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 원양어선은 약 3000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태평양에서는 2009년 54척에 불과했던 중국 원양어선이 2020년 557척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한국의 경우 2021년 말 전 세계 바다에서 조업 중인 원양어선의 숫자는 184척에 불과하다.

중국이 남미에서 대규모 원양어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대형 화물선 덕분이다. 1976년 일본에서 건조된 하이펑 718이 대표적이다. 하이펑 718은 작은 어선들이 잡아올린 물고기를 보관할 수 있는 대형 냉동고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를 비롯한 각종 물자를 적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은 어선들은 잡은 물고기를 하역하거나 급유를 위해 항구로 돌아가지 않고도 조업을 계속할 수 있다.

중국의 대규모 원양어업은 남미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 자국 인근 바다에서 참치, 오징어 등 주요 어종의 씨앗이 말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콰도르에서 가까운 갈라파고스 군도 어민 알베르토 안드라데는 NYT에 “우리 바다는 이런 압력을 더는 견뎌내기 어렵다”면서 “대규모 선단이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러다간 물고기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루에서는 연간 8억달러에 달하는 오징어 조업 수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공격적 원양어업은 남태평양과 남대서양에 걸친 남미 국가들의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다. 2020년 11월 칠레,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 해역 인근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외국 어선들의 조업과 관련해 불법 조업을 예방하고 맞서기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국가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 어선단을 겨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해 침범이나 강제 노역 등 불법 조업과 관련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닐라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남미 국가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한 경우는 2020년 350건에서 지난해 58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위반 건수를 넘어섰다. 2020년 12월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해양과학연구소 연구팀이 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면, 중국 오징어선에서 강제 노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은 지난 5월 남서 대서양, 북 인도양, 동 태평양 지역에서의 어업을 지역에 따라 7월에서 9월, 9월에서 11월까지 2개월가량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기간은 어획량이 많지 않은 시기인 데다 중국 정부가 원양어선단의 숫자를 감축한 것은 아니라고 NYT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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