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정책’ 후폭풍…취임하자마자 정치 고비 맞은 트러스

콰텡 재무장관과 갈등설 제기

노동당, 반사이익에 지지율 급등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감세 정책의 후폭풍을 단단히 치르고 있다. 오랜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과 갈등설이 피어올랐고, 제1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정권 교체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전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은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데 대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콰텡 장관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재무부의 성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트러스 총리는 제안을 거부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노스플리트에 있는 한 제조업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소 짓고 있다. 노스플리트=AP연합뉴스

둘은 2012년 자유 시장 경제의 중요성을 담은 책인 ‘브리타니아 언체인드’(Britannia Unchained)를 공동집필하며 이후 인연을 이어고 있다. 둘 다 런던 동남부의 그리니치 지역에 거주해 보수당 대표를 뽑는 선거 기간에도 종종 만나 의견을 주고받을 만큼 각별하다고 알려졌다. 콰텡 장관이 재무장관직을 제안받은 것도 지난 7월 트러스 총리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초였다.

갈등설에 대해 한 총리실 관계자는 “회동에서 잡음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이 다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3일 2027년까지 총 45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한 뒤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다. 전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콰텡 장관은 “11월23일 발표할 중기 재정 계획에서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해 추가 세부 사항을 제시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콰텡 장관의 수습에도 국외 전문가들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영국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의원이 벌써 최소 1명 이상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수당 관계자는 “트러스 총리가 경제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시 불신임 투표를 밀어붙이려는 논의가 평의원들 사이에 있었다”고 했다. 보수당 당규상 의원 15%(54명) 이상이 1922위원회에 총리의 신임을 묻자고 하면 불신임 투표를 하게 돼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뉴욕=AFP연합뉴스

12년째 야당인 노동당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이달 23~25일 실시된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율은 45%로 보수당(28%)에 17%포인트 앞섰다.

이날 리버풀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금이 노동당의 순간”이라며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정권 교체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새 출발 해 영국이 이 끝없는 위기의 순환에서 벗어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당은 이날 스타머 대표의 연설에 “노동당은 세부 내용 없이 공허한 약속으로 새 출발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스타머 대표는 경제 성장 계획이 없는 약한 지도자”라며 “보수당 정부는 경제 성장과 영국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대담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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