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에 채권시장이 출렁이면서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5.781%를 기록했다. 전날 긴축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블랙 먼데이'를 맞으며 전거래일보다 0.345포인트(p) 급등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연 1% 후반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연 3%, 지난 6월 연 4%를 뚫더니 이달 들어 연 5%대로 올라섰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5%를 웃돈 건 2010년 7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롯데카드가 발행하는 AA- 등급 여전채는 지난 26일 연 6.038%로, 6%대를 돌파했다.
여전채 금리는 앞으로도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로 조달하고 있다.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카드사들은 FRN(변동금리부채권)과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눈을 돌렸다. FRN은 분기별로 이자율이 고정된 일반채권과 달리 금리상승에 따라 이율이 변동하고, CP는 만기가 짧아 자금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나중에 이자를 더 주거나 단기자금이라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때 포함되면서 고객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 금리를 깎아줘왔다. 조달비용이 오르는 데도 마진 축소를 감수하며 카드론 영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감내할 수 없을 만큼 조달비용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러한 영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2.14~14.70%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조만간 카드론 평균 금리가 연 15%를 넘는 카드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카드론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어 카드론 평균 금리가 15%를 넘는 건 시간문제"라며 "조달금리가 급격히 오른 데다 향후 금리 포지셔닝도 상승 기준으로 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업 전략 초점을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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