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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Pick] "그럴 사람 아냐" 성추행 가해자 '집단 탄원' 방치한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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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집단 탄원은 '2차 가해'…한국광해광업공단에 기관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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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공기업이 직장 내 성추행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지 못해 정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오늘(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올해 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공단에 기관경고를 권고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당시 인권위는 공단 전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실시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도 함께 권고했습니다.

성추행 사실에도 '가해자 옹호'…회사는 방치했다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에 일어났습니다. 공단 직원 A 씨는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피해자가 잠이 든 틈을 타 여러 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잠에서 깬 피해자가 항의하자 A 씨는 "미안해. 괜히 막 마음이, 관심이 갔나 봐"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변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1심 재판부는 A 씨가 저지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A 씨는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해 2심 법원에 다시 재판을 청구(항소)하고, 이어 2심 법원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재판을 청구(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 내에서 A 씨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재판 과정 중에 A 씨와 다른 직원 B 씨가 동료들로부터 A 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는데, 탄원서에는 "A 씨는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A 씨 호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의 오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다" 등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당시 공단 전체 직원 250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0여 명이 탄원서에 서명했으며, 이중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처리하는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 사실을 접한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고, 인권위는 이러한 공단의 집단 탄원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인권위는 집단 탄원을 주도한 B 씨를 징계하도록 공단에 권고했고, 공단은 B 씨에게 시말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B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A 씨는 형이 확정된 뒤 면직 처리된 상태였기에 2차 가해로 인한 징계는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 및 2차 가해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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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부에서는 위계질서, 상하 관계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폭행, 협박이 없더라도 성추행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 확보'와 '2차 가해 대응'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선, 사건 직후 구체적인 가해 사실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을 최대한 남겨두어야 합니다. 문자나 메일, 대화 내용 녹음, CCTV 확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직접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성희롱·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내 담당자에게 알렸는데도 회사에서 불리한 조치 또는 부당한 인사 처분과 같은 2차 가해를 당했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행위에 따라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합니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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