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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남극 빙붕서 나온 물, 다시 빙붕 녹이는 과정 최초로 재현...극지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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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남극의 주요 빙붕의 위치 및 난센 빙붕의 위치. (오른쪽) 난센 빙붕 끝단의 연구영역 및 2017년 2월 융빙수 거동을 발견한 해양 관측 위치(출처=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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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영향에 노출된 남극 가장자리에서 얼음 녹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연쇄작용을 국내연구진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빙붕(ice shelf)에서 흘러나온 물이 다시 빙붕을 녹이는 과정을 재현했다고 27일 밝혔다.

빙붕은 육지에 있던 빙하가 바다로 흘러간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빙하와 이어져 있는 수백m 두께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남극의 빙하가 전부 바다에 빠질 경우 지구의 해수면은 58m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늦추거나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따뜻해진 대기가 바닷물과 만나면서 빙붕이 녹고 있다는 것은 관측으로 알았지만 열의 이동 경로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현상 등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빙붕과 빙하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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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온호(출처=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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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빙붕이 녹은 이후에 나타나는 2차 현상에 주목했다. 제주대, 경북대 등 공동연구팀과 함께 2017년 2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난센 빙붕을 탐사해 빙붕이 녹아서 생성된 물의 움직임을 모델로 만들고 재현했다.

분석 결과 빙붕 하부에서 녹은 물은 표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빠르게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열이 전달돼 빙붕의 가장자리를 녹이는 것을 확인했다. 모델에 따르면 빙붕 가장자리 녹는 양의 약 12~25%는 하부에서 흘러나온 물의 영향이었다.

빙붕은 눈이 쌓이고 다져져서 만들어진 빙하가 기원으로, 염분이 바닷물보다 적다. 빙붕 하부에서 녹은 물도 주변 바닷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강한 부력을 갖게 됐고, 빙붕 하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추진한 해양수산부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빙권(The Cryosphere)' 9월호에 게재됐다.

나지성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빙붕 가장자리 주변을 매우 빠르게 흐르는 융빙수의 흐름에서 착안해 난류 모델링을 수행, 이번 연구 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도 현장 관측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얼음 아래 영역을 모델로 재현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 때문에 남극이 녹아내릴 때, 자연은 자정작용으로 속도를 늦추기도 하지만, 연쇄작용을 거치며 더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이같은 기작 중 하나를 규명한 것으로, 남극 녹는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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