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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MBC로 화살 향한 비속어 논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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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한 MBC 비판

국힘, MBC 보도에 날조 주장… 야당과 유착 의심도

민주 “의혹 부풀리지 말고 공식 주장하라… 법적 대응”

대통령 후보시절 MBC에 부정적 시각…방문진도 갈등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아 말리믄(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가 언급한 이 비속어 논란이 정국을 강타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단어 ‘바이든’이 ‘날리면’ ‘말리믄’ 등의 단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했다며 연일 공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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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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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여당과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이를 최초 보도한 MBC에 돌리고 있다. MBC가 “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자르고, ‘이 XX’, ‘바이든’ 등을 넣어 날조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근 번지고 있는 MBC에 대한 집중포화가 윤 대통령의 욕설 파문 국면 전환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개혁을 저울질하던 정부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본격적인 방송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국회와 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여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의 화살을 윤 대통령에 대한 실책이 아닌 MBC에 대한 비난으로 바꾼 상태다. 현재 여야는 ‘MBC의 방송이 날조됐느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MBC와 유착관계에 있었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MBC의 방송이 적합했느냐는 논란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뒤덮은 것이다.

현재 사안을 바라보는 여야의 온도 차는 극명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MBC를 공격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MBC는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며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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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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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 원내대표조차도 MBC 자막의 어떤 점이 틀렸다는 것에 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MBC 자막이 틀렸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확실히 틀렸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보도의 기본을 안 지켰다”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이 이렇게 전문가의 영역에 대한 검증도 없이 짜깁기해서 자막까지 달아서 내보내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막으로 내보내는 것 자체가 짜깁기”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보시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사적 영역 아니었나.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보호해줄 부분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MBC에 대해 강공을 펼치는 배경에는 일각에서 제기된 더불어민주당과의 유착 의혹이 있다. MBC의 해당 보도시점은 오전 10시인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보도가 나기 30분 전쯤에 이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MBC가 사전에 보도를 박 원내대표 측에 유출 및 공유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는 지난 25일 ‘민주당 기획, MBC 제작인가? 정언유착 의혹 진상을 밝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둘러싼 민주당과 MBC의 유착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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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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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논란에 대해 물타기를 하지말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MBC와의 ‘정언유착’ 주장에 “의혹 부풀리기식으로 하지 말고 공식 주장해달라. 법적으로 바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MBC에 대해 그간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정부는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에 대해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고발 및 임직원 해임을 압박해왔다. 이미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와 TBS에 대해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다며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6명과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MBC가 2020년 4월1일 최경환 전 부총리 측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는데, 민사소송 확정판결에서 보도가 허위 사실임이 인정됐는데도 방심위가 MBC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지난 20일에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박성제 MBC 사장의 해임건을 두고 맞붙기도 했다. 당시 이사들은 MBC의 편향성 논란을 두고 찬반으로 갈렸고 이들은 결국 해임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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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 연합뉴스


이때 김도인 이사가 낸 해임안을 찬성한 지성우 이사는 “(MBC의) 보도 공정성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드러난다. 또 현재 파업 불참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김석환 이사는 “MBC의 경영은 개선돼가고 있고 큰 폭의 영업흑자를 보인다”며 “많은 조사에서 MBC를 신뢰하는 매체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이 사항에 대해 논의종결 여부를 물었고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박 사장의 해임건은 종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해임건의안으로 향후 정치권 공방이 가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한 토론회에서 KBS·MBC를 겨냥해 “정권 바뀌면 바깥사람들이 딱 들어와서 그야말로 점령군처럼 싹 몰아내는 게 과연 언론사냐.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현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불공정 보도 사례를 근거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막겠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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