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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방심위 ‘유튜브 디지털성범죄물’ 작년 이후 삭제 요청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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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5개 플랫폼에 버젓이 유통되지만 삭제 요청 소극적

요청해도 조치 않는 경우 많아…피해자가 입증 책임 떠안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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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당해서 계정 삭제될 경우 이름 뒤에 숫자 하나씩 올려서 새로 계정 파겠음. 새 방으로 넘어오면 됨.’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로 음란물을 유통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차단되면 계정 이름에 들어간 숫자를 하나씩 수정해 새 계정을 팠다. 올해 초 ‘163번’ 계정을 운영하던 A씨는 지금 ‘170번’ 계정을 운영 중이다. 9개월간 7번 차단당했지만 이렇게 범행을 지속하고 있다.

특정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글·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해외 주요 5개 플랫폼에서는 성착취물을 비롯한 불법 동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들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는 적고, 이들 플랫폼이 삭제 조치를 하는 비율도 미미하다.

방심위는 5개 대형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성범죄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방심위는 이 같은 요청을 할 수 있는 해외 플랫폼을 내년에 20여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26일 경향신문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해외 주요 5개 플랫폼 시정 요청 현황’에 따르면, 방심위가 올해 1~6월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3개 플랫폼에 디지털성범죄 정보 삭제를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기간을 최근 3년으로 넓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방심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튜브에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요청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2020년 4건의 삭제를 요청한 것이 전부이다.

페이스북은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3건, 4건의 요청을 받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 1건의 삭제 요청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지난해 1건을 요청받아 삭제했다. 구글이 방심위의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요청에 응답한 것은 2020년 302건 중 248건(82.12%), 2021년 98건 중 52건(53.06%)이다. 올해 1~6월은 삭제 요청 48건 중 34건(70.83%)을 이행해 이행률이 다소 높아졌다.

트위터는 2020년 1003건의 삭제 요청을 받고 967건(96.41%)을 조치했고, 지난해에는 900건 중 888건(98.67%)을 조치했다. 올해 상반기 삭제 요청을 받은 디지털성범죄물 295건 중 조치한 것은 291건(98.64%)이다. 타 플랫폼 대비 조치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터는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민감 콘텐츠’라는 경고 표시만 한 경우에도 조치를 이행한 것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삭제 요청을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부과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성을 입증하려면 사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분석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유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모두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방심위는 “디지털성범죄 정보 시정 요청 시 해외 플랫폼의 이행률이 90%대로 높다”고 하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의 평가는 다르다. 플랫폼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시정하는 데 미온적이고, 방심위는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해외 5대 플랫폼에서 ‘음란물’, 불법촬영물 추정 영상 등이 계속 유통되고 있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리셋(ReSET)’ 활동가 ‘라떼’는 “피해자 개인정보 등이 유포된 성착취물을 신고해도 ‘유포 링크를 찾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방심위에서 각하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백미연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장은 “(해외 플랫폼들에)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는 기준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알려주지 않는다”며 “센터가 계속 (시정을) 요청하면 요청 자체를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 측이 발생한 사건의 특성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플랫폼은 그제서야 순차적으로 피해 사실을 확인한다”며 “특히 구글에서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를 특정하는 정보가 연관 검색어에 계속 ‘끌올(다시 게시)’되는 일이 있었고, 이를 삭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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