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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평소 입고 싶은 패션”···‘한복인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데뷔한 모던한복 ‘리슬’ 황이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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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밀라노 현지 글로벌 패션컬렉티브(GFC) 무대, 현지 호평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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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패션위크를 준비하고 있는 황이슬 디자이너. 리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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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S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 선 리슬의 컬렉션.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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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착용가능한 옷이 나와 놀라웠다. 나도 평소에 사서 시도해보고 싶은 패션이다.” - GFC총감독 JIA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 데뷔한 우리의 모던한복이 호평을 얻었다.

BTS, 태민, 마마무 등 K팝스타를 비롯해 MZ세대를 사로잡은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디자이너가 ‘한복인’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를 장식했다. 밀라노 패션위크는 파리,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패션디자이너들의 꿈의 무대다. 지난 20일부터 열린 2023 SS(봄·여름) 여성 컬렉션은 26일 막을 내린다.

25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리슬은 뷔스티에 저고리와 치마, 찢어진 청바지와 쇼트 재킷을 연상시키는 저고리, 보자기 탱크톱과 미니스커트, 바디슈트와 화려한 도포 등 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과 생생한 색감의 모던한복 12점으로 패션쇼장을 채웠다. 가채를 응용한 헤어 액세서리와 허리 장식으로 활용된 노리개, 흰 동정 깃 등의 전통 디테일도 반짝였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포브스는 “(한복이) 지속가능한 패션이 되기 위한 리슬의 더 많은 시도가 기대된다”고 했으며 캐나다 저널리스트 카르멘 바스는 “다채로운 색과 하늘하늘 움직이는 한복 소재가 ‘역동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리슬의 파격적인 시도에 대해서 현지 패션 에이전시 관계자는 “전통의 파괴라는 것은 여러 견해 중 하나의 견해일 수 있다”며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밀라노 패션위크의 한 스타일리스트는 노리개를 두고 “태슬과 같은 술 형태의 장식이 이국적이며 아름다웠다”며 “이런 류의 디자인은 유럽에서 반드시 판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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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S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 선 리슬의 컬렉션.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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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벗어던지고 즐거움과 ‘한복함’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으로 런웨이를 꾸미겠다”는 의도를 담은 배경음악도 흥을 돋웠다. 황 디자이너는 SG워너비, 티아라 등과 작업한 작곡가 박덕상씨, 저작권협회 소속 최연소 작곡가로 알려진 어린이 작곡가 세모 양과 함께 가야금(국악기)를 더한 K팝 스타일의 패션쇼용 음악도 별도 제작하는 등 무대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밀라노로 출국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 디자이너는 “30여 년 전 파리 패션위크 오트 쿠튀르에서 고 이영희 선생님의 한복이 ‘바람의 옷’이라는 찬사를 얻었던 것처럼 리슬도 이번 컬렉션에서 21세기 한복에 대한 새로운 별명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모델도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글로벌하게 섭외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대중성을 갖춘 한국 패션이라는 주제를 부각하는데 힘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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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S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 선 리슬의 컬렉션.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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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슬이 선 글로벌 패션컬렉티브(GFC)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독차지하는 패션위크에 신진 디자이너가 설 수 있도록 마련되는 쇼케이스다. 리슬은 디자이너 김보민의 국내 브랜드 블루템버린(BlueTamburin), 캐나다의 Faun studio, 멕시코의 CEDIM fashion school과 함께 쇼에 참가했다. 리슬 측은 “GFC 쇼도 정식 무대와 마찬가지로 패션위크를 주관하는 밀라노(국립밀란협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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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컬렉티브(GFC)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서 한국 시간 26일 오전 1시 30분 공개된 리슬의 밀라노 패션위크 2023 SS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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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C는 홈페이지를 통해 “5000년 역사를 가진 전통 의상의 독특한 구조, 패턴 및 미묘함을 새로운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모던한복’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리슬을 소개했다. 패션위크 중에서도 밀라노는 상업성과 함께 예술성을 두루 갖춘 옷이 중심이 된다. 황 디자이너는 “한복은 패션보다는 코스튬(특수한 의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의 옷이 ‘동시대성을 가진 옷’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런 옷이라면 나도 평소에 사서 시도해보고 싶은 패션이다. 여러 나라의 브랜드를 접하며, 컬쳐가 담겨야 그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고 생각했는데 리슬이 그 모습을 잘 보여줬다. 리슬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리슬 자체가 하나의 ‘컬쳐’다.
- GFC총감독 J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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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쇼를 마치고 런웨이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하는 황이슬 디자이너. 글로벌 패션 컬렉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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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을 론칭한 황 디자이너는 ‘오 한복한 인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스니커즈나 로고 티셔츠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감각적인 한복을 만들어내 젊은층에게 한복 입는 즐거움을 심어줬다. 파스텔톤의 잔잔한 꽃무늬가 사랑스러운 치마와 저고리, 한복 조끼로 잘 알려진 답호, 용호와 금박을 새겨 넣은 맨투맨 티셔츠와 후드 집업, BTS 지민 바지로 소문난 사폭 슬랙스 등이 리슬의 대표 스테디셀러다.

또한 산림자원학을 전공한 학부 비전공자(숙명여대 의류학과 석사과정)이자, 서울이 아닌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디자이너의 보기 드문 성공 케이스로도 회자된다.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해외 패션 페어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한복이 글로벌 패션 장르로 인정받는 데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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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컬렉티브의 밀라노 패션위크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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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디자이너는 “패션위크 심사 당국에 지원할 때 한복이 얼마나 대중성이 있는 옷인지 보여줬어야 했는데 지금껏 리슬을 입어준 분들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거”라며 리슬을 애용하는 고객을 일컫는 ‘리슬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의 전주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온 디자이너이지만, 세계인들한테 내놓았을 때 부끄럽지 않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한 젊은 디자이너의 새로운 꿈은 “한복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비견해도 뒤처지지 않은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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