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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론]한일정상회담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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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형식 놓고 약식회담-간담 신경전 등

한계 있었지만 양국 대화 물꼬 열어

강제징용 비롯한 외교문제 해결위해

장기 로드맵 세워 양국 신뢰 쌓아야

서울경제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한일 양국이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대통령실의 한일정상회담 발표 이후 일본 측에서 “결정된 게 없다”고 반발하고 나오면서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위기마저 존재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강제징용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직면하는 국내 비판을 대응하는 데만 노심초사한 측면이 있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기시다 정권은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심리도 작용했다. 한일정상회담 후에도 일본이 간담회라고 발표해 논란이 이어졌지만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한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의 논란과 관련해 한일 양국이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은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한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를 하지 않았다. 일본은 외교적 논란이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자민당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제어하지 못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 점에서 기시다 정권의 위약성이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

한국도 일본의 정국을 이해하는 데 더욱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한일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최악의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고 있다.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어서는 대일 전략 외교가 성공하기는 힘들다. 앞으로는 외교 교섭 과정에서 일어난 조그마한 논란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성숙한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한일 양국은 관계 개선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선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일본과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번에 일괄 타결로 끝낼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신뢰가 쌓이게 되면 대한 수출 규제 조치 등은 해결될 수 있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위해 국내 피해자, 국내 여론,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한 다차원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번 외교장관회담를 통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민관 협의회의 논의 과정은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부터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교섭이 진행돼야 한다.

일본도 이에 맞춰 한국의 마음을 사는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 정부는 정기적인 협의체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장급 협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한일정상회담을 정례화해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날 때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한일 양국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하는 채널을 확대시켜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보더라도 정상들의 의지만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이 진전될 수가 없었다. 정치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한일 양국은 민관이 함께 논의하는 1.5트랙의 전략 협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일이 동병상련의 어려움에 직면함으로써 한일 협력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동북아 질서의 불투명성은 한일 양국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에서는 여전히 상대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는 강경론자들이 장악해 한일 협력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5트랙 전략적 합의를 확산해 한일 관계 개선의 목소리를 확대시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여론의 동향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때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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