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쟁, 후발주자 '노바백스'
안전성·변이바이러스 타깃 개량 백신으로 승부
"독감·B형간염 등 수십 년 쓰인 합성항원 방식"
스텐리 어크 노바백스 CEO. 노바백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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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확산한 지 2년 9개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는 '글로벌 백신 개발전쟁'에서 국제 보건 당국의 승인을 비교적 늦게 받은 '후발주자'다.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2021년 12월에서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예상보다 늦은 올해 7월에야 긴급사용 승인을 내줬다.
전 세계로 퍼진 바이러스를 상대해야 하는 백신과 치료제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 과연 큰돈을 쏟아부어 만든 노바백스 백신은 앞선 제품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텐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시장은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민간 시장(commercial market)으로 바뀔 것"이라며 "청소년, 영유아로 접종 대상이 확대되면서 안전성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에 노바백스 백신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각국 정부가 백신을 대량 구매해 위중증 우려가 높은 대상자에게 먼저 접종케 하는 등 통제·조절하고 있어 백신을 마음대로 맞을 수 없는 시장(pendemic market)이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코로나19 백신도 독감 백신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백신을 고르고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뀌면 노바백스 백신도 힘을 발휘할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크씨는 노바백스 백신의 가장 큰 강점을 안전성으로 꼽았다. 뉴백소비드는 합성항원(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데, 수십 년 동안 독감(인플루엔자)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B형 간염, 대상포진 백신 등에 쓰였다. 어크씨는 뉴백소비드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백신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mRNA 백신 접종이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 이어 영유아로 접종 대상 확대"
해외 입국자들이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센터에 줄 서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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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씨는 이런 안전성이 요즘처럼 접종 대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쟁 백신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역사상 인류가 처음 접종한 mRNA 백신(모더나·화이자)이나, 혈전 부작용 우려가 나온 바이러스 벡터(얀센·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비해, 독감 백신 등으로 접종 경험이 많은 합성항원 방식은 상대적으로 안전성 우려가 적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뉴백소비드 투여 연령을 18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변경 허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식약처가 승인한 청소년 백신은 현재 화이자와 노바백스뿐이다. 어크씨는 "식약처의 청소년용 백신 사용 승인은 노바백스가 진행 중인 임상 3상 'PREVENT-19'의 소아 대상 연장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임상을 통해 뉴백소비드의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와 1차 효능 목표를 달성했고 전체적으로 80%의 임상 효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임상 3상은 미국 내 73개 의료기관에서 12~17세 청소년 2,247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노바백스는 청소년에 이어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에게도 백신이 안전하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노바백스의 뉴백소비드는 합성항원 방식의 기존 백신에 친숙한 기성세대 부모들이 (자녀들이 맞을 백신을 고를 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우려에 대해선 "임상 예비 안전성 데이터에 따르면 중증 및 위중증 부작용 발생 건수는 적다"면서 "부작용 사례 역시 백신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어크씨는 "임상 3상 결과와 호주,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뉴질랜드, 태국,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용 접종 승인 결과를 볼 때 뉴백소비드가 접종을 고려하는 가족에게 강력한 추가 옵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과 보관이 쉬운 점도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의 큰 장점이다. 영하 20~70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mRNA백신에 비해, 합성항원 방식은 냉장조건(2~8도)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해 초저온 설비를 갖추지 못한 중저개발국 보급에 유리하다. 어크씨가 2가 형태(코로나19 변이 두 가지 이상 예방)나 단일 형태 백신 선택지를 시장에 내놓고 앞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뉴백소비드를 맞는 사람이 늘고 최근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접종자도 늘 것"이라면서 "한국처럼 정책적 지원을 받은 시장에서 뉴백소비드가 쓰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바백스에 따르면, 뉴백소비드는 전 세계 43개 국가에서 허가 또는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7,300만 회분 이상을 공급했다. 이 가운데 한국(75만 회분)을 포함한 인도와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700만 회분을 내보냈다.
"하반기 BA.5 표적 백신 임상 결과 나올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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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른 회사의 개량백신의 효과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많다. 어크씨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대응할 백신 개발 계획도 밝혔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97% 이상이 BA.5에 감염됐지만, 최근 도입된 개량백신은 원조 바이러스인 '우한주'와 '오미크론주'를 섞은 것이어서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걱정들이 나온다. 동시에 독감과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BA.5 표적 개량백신의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어크씨는 "노바백스는 오미크론 표적 개량백신을 개발하며 변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올해 내 오미크론 BA.5 표적 백신·2가 백신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러면 FDA에 오미크론 표적 개량백신의 승인 허가 신청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백스의 임상 및 허가 신청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내년 초 FDA의 BA.5 표적 백신 승인도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과 별개로 노바백스가 국내 식약처와 질병청 등에 신청하면 검토를 거쳐 국내에서도 맞을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긴급 사용승인 또는 품목허가 신청을 통해 접종하게 된다. 현재 뉴백소비드의 국내 위탁생산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맡고 있다. 두 화사는 지난달 BA.5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신규 백신 원액 및 완제 생산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생명공학회사 노바백스,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
노바백스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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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스와 메르스 등 코로나 바이러스는 존재해왔다.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어크씨는 "백신 접종은 (모든) 팬데믹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라면서 "노바백스는 생명공학회사로서 전 세계 환자들을 위한 혁신적 백신의 발견과 개발, 공급을 통해 심각한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바백스는 심각한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부스터용 백신과 청소년 및 어린이에 대한 적응증 확대 허가를 뒷받침할 추가 임상, 오미크론 표적 백신, 2가 백신, 코로나19-독감 조합 백신 후보물질, 독감 백신 후보물질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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