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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가 있는 월요일] 가을은 편지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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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 이성선 作 '가을 편지'


자고 일어났더니 가을이다. 가을은 고백하기 좋은 계절이다. 푸르렀던 날들을 뒤로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뭔가 정리해야 하는 계절이다.

가을을 핑계 삼아 미처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해보자. 나뭇잎 같은 편지지에 차마 못했던 말들을 적어 보내보자.

가을은 기도의 계절이다. 불타던 햇살도, 쏟아지던 빗물도, 탐스럽던 과실들도 모두 기억 속으로 보내고 이제 기도를 할 때다. 기도하는 자들에게 가을은 순정하고 넓은 하늘을 내어 보여준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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