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감세폭탄에 파운드 37來 최저
英, 70조원대 감세 방안 발표
"국채 발행시 부채 감당 우려"
伊 재정 리스크에 유로화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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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최저치인 파운드당 1.0859달러까지 급락하며 패리티에 근접한 채 마감했다. 유로화도 0.9687달러까지 가치가 낮아지며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파운드화 약세는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총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규모의 막대한 감세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인하하고 소득이 15만 파운드인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도 45%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인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주택 가격 기준을 현 12만 5000파운드에서 25만 파운드로 2배로 올렸다. 아울러 기존 19%에서 25%로 올리려 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폐지했다. FT는 “(450억 파운드는) 1972년 이후 반세기 만에 가장 큰 감세 규모”라고 짚었다.
콰텡 장관은 대규모 감세가 영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세 효과가 나타나면 올해 2분기 현재 -0.1%로 부진에 빠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막대한 ‘세수 펑크’ 가능성에 주목했다. 결국 영국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같은 부채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실제로 영국 중앙은행은 22일 고물가를 진정시키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차입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부채를 늘리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폴 존슨 소장은 “국가 부채 관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우려가 파운드화 급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내년 추가 감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 가격보다 낮아지는 ‘패리티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파운드화와 더불어 약세를 기록한 유로화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23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의 수익률(금리)은 전 거래일 대비 4% 이상 껑충 뛴 4.3%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멜로니 후보의 총리 당선이 유력시되는 것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해설했다. 올해 2분기 현재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52.6%로 그리스(189.3%)에 이어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에서 극우 정당의 집권은 이탈리아 재정 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는 의미다. 멜로니 후보가 재정 건전성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그동안의 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이탈리아 정부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가 가중된 상황에서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재정 지출을 늘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에서다. 이탈리아 부채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그 충격이 이미 강달러에 고전 중인 유로화에 그대로 전이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폭을 더 키워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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