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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파일] '북 SLBM' 1호기 안보회의…유례없는 공개에 해석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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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공군1호기에서 열린 안보상황점검회의

대통령실은 어제(24일) 아침 이른 시간에 안보상황점검회의 개최 사실을 언론에 공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이륙하기 직전 공군 1호기 안에서 참모들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도발 징후와 동태를 파악했다", "윤 대통령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리 준비한 대응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북한 함경남도 신포의 잠수함 기지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있다는 서울 용산의 보고에 귀국길에 오르려던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이 다급하게 비행기 안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입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위성사진을 토대로 신포 기지에서 SLBM 발사 준비 동향이 보인다고 보도했으니 북한이 SLBM을 만지작거린 것은 사실 같습니다.

긴급한 안보 사안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과 참모들은 어디서든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이상합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동향을 파악해도 사전에 알리는 법이 없습니다.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수준을 드러내서 북한을 이롭게 할까봐 입 다문 채 감시와 대비의 강도만 높입니다. 군이 함구하는데 대통령실이 먼저 입을 열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 전례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북한 SLBM 동향을 사전 공개했습니다. 그 의도에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도발 움직임에 군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나



우리 군은 다양한 수법으로 북한의 핵심 시설을 감시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첫걸음과 같은 일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미군의 최첨단 정찰자산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북한의 흉한 동태는 어지간하면 한미 감시정찰자산에 잡힙니다.

핵이든 미사일이든 특이점을 포착해도 우리 군은 함구로 일관합니다. 국방부 정례 브리핑 때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합참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미는 긴밀한 공조 아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넘어갑니다. 기자들이 제대로 짚든, 헛짚든 합참의 답변은 '예의 주시', '한미의 긴밀한 공조', '대비태세 유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군 당국이 친절하게 설명하면 북한은 역으로 타고 올라와 한미 감시정찰능력의 범위와 능력을 짐작할 수 있으니 우리 군은 모르쇠 작전을 고수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해야 하고, 지금까지 그래 왔습니다. 말을 아낌과 동시에 경계태세는 잔뜩 높입니다. 일종의 원칙이고 매뉴얼입니다.

그래서 어제 1호기 안보상황점검회의는 이례적입니다. 대통령실은 북한 SLBM 발사 동향에 긴급 회의를 했다며 회의 사진까지 내놨습니다. 다종의 한미 감시정찰자산으로 획득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인 SLBM 발사 가능성을 사전에 공포함으로써 그동안 군과 정부가 지켜온 원칙을 깨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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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군1호기에서 열린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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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왜 공개했을까



여당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나왔습니다. 한 인사는 "안보라인의 주류가 아마추어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인사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기가 막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북 도발 동향 사전 비공개 원칙을 몰랐을 것으로 전제한 뒤 나온 반응입니다.

알고도 공개했다면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외교 참사 논란을 빚은 순방을 마치고 전용기 편으로 귀국하는 대통령 부재의 시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대통령실의 처지가 더 군색해질까봐 미리 도발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것", "외교 참사 위기 돌파용으로 안보 카드를 꺼낸 것",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김빼기 작전" 등의 의견이 군과 국회에서 돌고 있습니다.

북한은 오늘(25일) 미사일을 쐈습니다. 안보상황점검회의가 무색하게 SLBM이 아니라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군이 놓친 것은 아닙니다. 어제 군의 한 소식통은 기자에게 "신포 기지의 번잡함은 기만전술일 수 있다"고 귀띰했는데 지상을 포함한 복수의 장소를 주시했다는 뜻입니다.

대통령실은 뉴욕 비속어 사건 진화로 바쁘겠지만 북한 도발 동향 사전 공개가 적절했는지도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불행히도 많은 이들이 어제 공군1호기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고 있습니다. 정치적 방편으로 안보 사안을 이용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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