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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당역 사건, 여혐 아니다"는 김현숙…재발방지책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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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여성인 사실을 두고 ‘여성혐오’ 논쟁이 파급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사회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는 볼 수 없다는 반론이 맞선다.

중앙일보

서울 지하철 신당역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추모공간 벽에는 오가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담긴 메모가 붙어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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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범죄 아니다” 여가부 장관 발언에 논쟁 촉발



시발점은 지난 16일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날 사건 현장을 찾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방이 벌어졌다. 박 전 위원장은 “김 장관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건은) 명백한 젠더폭력”이라며 “동료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과 스토킹, 그리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젠더폭력이라는 관점 없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진보성향 정당들과 여성단체는 지난 19일엔 “여성혐오 지우는 김 장관은 사퇴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단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여성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며 “비극을 남녀 갈등의 소재로 동원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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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헌화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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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인정이 시작”VS“형사사법 제도 개선에 초점 둬야”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또다시 불거진 여성혐오 범죄 논란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젠더 기반 관점에서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지위의 동료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번 사건은 젠더폭력에 기반을 둔 것이고, 이걸 떠나서는 논의가 진행될 수 없다”며 “이런 관점으로 생각을 못하니 서울교통공사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여직원들의 당직 근무 축소’라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하면 남성 직원들의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성별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다시 여성을 동등한 직원으로 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혐오라는 틀보다 형사사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분노를 표출한 강남역 살인사건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스토킹은 남녀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이번 사건은 대상을 특정한 보복 범죄적 특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혐오라는 틀로 접근했을 때 문제가 상당 부분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여성혐오적인 문제로 보면 경찰과 검찰, 법원의 초동대응 문제들은 개선하기 어렵다”며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의 폐지 필요성 등 형사사법 제도 측면에서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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