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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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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 전용병원이 어디인지는 법령상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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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서울지구병원, 대통령 전용병원으로 수차례 언론에 보도

대통령 혈액·공식일정·동선 등 '2급 비밀'…비공개 일정은 '1급'

대통령경호처 "대통령 안위 관련사항은 보안…구체적 사안 확인 못해"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전용 병원의 위치를 묻는 질의에 "그걸 그렇게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 헬기를 안전하게 운용할 공간이 없는데 대통령 관저와 전용 병원의 거리가 멀어 유사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한 총리는 대통령 전용 병원이 어디인지는 비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며 버텼으나, 김 의원은 공개해도 무방하다며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대통령 전용 병원이라고 언급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연합뉴스

국군서울지구병원서 퇴원하는 김대중 대통령
과로와 위장장애로 사흘째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오후 의료진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원하고 있다./강한구/정치/ 2002.4.14(서울=연합뉴스)



국군서울지구병원은 군 장병들의 질병 치료를 담당하는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의 전국 12개 군병원 중 하나로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입구에 있는데, 전·현직 대통령과 가족을 비롯한 고위인사의 진료도 맡고 있다.

종로구 소격동의 국군수도병원이 1971년 이전해 나간 뒤 수도통합병원 분원으로 남아 있던 병원시설이 1977년 개편돼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됐고,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자리를 내주고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대중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이 병원이 1979년 10·26 사태 때 총격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병원으로 알려지면서다. 그 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과로와 위장장애로 입원하면서 대통령 전용 병원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보도를 보면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 퇴원한 뒤 마땅한 입원실이 없어 불편을 겪었다며 국방부 예산 30억원을 들여 병원 시설 전반을 보수하고 대통령 전용 병실을 전면 수리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대통령은 그 뒤로도 수차례 이 병원에 입원해 진료와 종합검진을 받았다.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건 이명박 정부 때 병원을 미술관 부지로 내놓으면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경복궁 옆에 보면 기무사령부가 있는데 그 옆에 대통령 전용 병원이 있다"며 "대통령 한 사람이 양보하면 되니 국민들에게 돌려줘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 미술관이 들어설 때까지 '대통령 병원'의 국민 환원 과정이 빈번히 보도됐다.

그 뒤로도 대통령 건강을 전담하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을 놔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종로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기사 등 크고 작은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이미 수차례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성격과 소재지 등이 직·간접적으로 알려진 대통령 전용 병원이 과연 비밀일까?

대통령의 안위와 관련된 사항들은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법령상 '비밀'로 관리된다. 국가정보원법과 시행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비밀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한정된 인원만이 알 수 있도록 허용되고, 다른 국가나 집단에 대해 비밀로 할 사실, 물건, 지식으로서, 국가기밀(비밀)로 분류된 사항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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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서울지구병원 안내도
[국군의무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비밀은 그 중요도나 가치에 따라 1∼3급 비밀로 분류하고, 비밀은 아니지만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비공개 정보를 대외비로 지정해 관리하기도 한다.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경우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적용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대통령 관련 사항들은 보안 업무를 맡은 대통령경호처에서 관리하는데 경호처는 내부 규정을 공개하지 않아 비밀 분류를 비롯한 세부 사항을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과거 청와대 관계자 발언과 국회 질의응답, 언론 보도 등을 두루 종합하면 대통령의 건강, 공식 일정과 동선 등은 2급 비밀로 관리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 국정조사에서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을 조사하던 중 대통령의 혈액이 무단 반출된 데 대해 '2급 비밀인데 누가 채취해 반출했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의 양산 방문 횟수를 묻는 질의에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모두 국가 1급 비밀"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밀 분류(지정)가 고정불변은 아니다. 해당 정보의 관리 책임이 있는 각급기관 장에게서 인가받은 비밀취급인가자가 판단해 비밀 분류를 하는데 사후 조정할 수 있다. 1급 비밀로 분류했던 사항도 필요나 상황에 따라 비밀 분류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업무규정과 시행규칙은 비밀에 대해 그 자체의 내용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되, 보호 가치가 없는 정보의 공개를 제한할 목적으로 비밀이 아닌 사항을 비밀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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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중인 한덕수 총리와 김병주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캡처]



정리해 보면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경우 건강 이상 사실이나 증세, 병명은 물론 언제, 어디서 진료를 받고 어떤 경로로 이동할 것인지 등은 모두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진료를 맡은 전담 병원이 어디라는 건 대통령 집무실이나 관저가 어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법령상 비밀로 분류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선뜻 수긍하기는 어렵다.

대통령경호처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대통령 전용 병원이라는 사실이 법령상 비밀로 분류돼 있는지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대통령의 안위에 관한 사항은 규정상 보안으로 취급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경호 보안상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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