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국제유가-수주액 상관관계 有"
미국, 84개 수주국가 중 4위…시장 확대 예상
한국이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1호기 [사진=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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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해외건설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간 5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던 2010~2014년에 비할 순 없지만, 적어도 2016년 이후 최대 수주액을 달성한 2020년(351억2917만달러) 기록은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고유가 기조가 발주에 빗장이 걸렸던 중동 산유국들을 움직이게 했다. 치솟는 환율은 단기적으로 환차익을 누릴 수 있어 해외건설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 중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과 함께 장기화할 경우 악재로 바뀔 위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해외건설 수주액 연 500억달러를 다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외건설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에서의 재도약 여부와 '미국'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수주액 200억불 돌파 앞당겨…'고유가' 산유국에 영향
[자료=해외건설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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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9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11억6172만달러로, 전년 동기(167억9532만달러)보다 26% 많다. 수주 건수와 진출 국가는 같은 기간 각각 34개, 3개 늘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83억9843만달러로 가장 많고, 중동이 61억8128만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태평양·북미와 유럽은 각각 28억6257만달러, 25억5117만달러 규모다.
업체별 수주액은 삼성물산이 49억9922만달러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24억3517만달러 ▲현대엔지니어링 17억2752만달러 ▲롯데건설 14억2331만달러 등 순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액 200억달러 돌파 시기를 약 2개월 앞당겼다. 고유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해건협이 이달 초 발표한 '중동 인프라·원전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과거(1966~2021년) 국제유가와 해외건설 수주액 사이 상관계수는 0.92로 1에 가깝다. 점차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하고 저가 출혈 경쟁을 지양하면서 상관관계가 가지는 의미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산유국은 예외라는 입장이다.
정지훈 해건협 연구위원은 "산유국의 경우 균형재정 유가 대비 시장 유가가 높을 경우 발주 확대→입찰 사업 증가→경쟁 약화·우리 기업의 수주 확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최근 80~10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로 인해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중동 건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 마킷(Markit)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동 주요국 건설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8%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원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중동 원자력 발전용량은 2025년까지 현재의 6배 수준인 410억㎾h로, 2030년까지는 10배 수준인 580억㎾h로 확대가 예상된다.
◆ 중동 원전·네옴 수주 기대감 ↑…미국에서도 선방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프로젝트의 하나인 '더 라인'(The-Line) 조감도 일부. [사진=네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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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이집트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수주(24억7357만달러)했다. 실적 집계 시 중동으로 분류되는 이집트에서 총 27억7067만달러 수주를 기록 중인데, 이집트에서 20억달러 이상 수주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액(23억6695만달러)을 더하면 무려 중동 2개국에서만 50억달러 넘게 수주한 셈이다. 오는 10월 말~11월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이 예상되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네옴'(Neom) 프로젝트도 대기 중이다.
지난 3년간 해외건설 수주 10위권 밖이었던 미국에서의 강세도 눈에 띈다. 지난 2015년 수주액 연 17억7199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미국에서 연 2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실적만 놓고 보면 ▲2019년 2억984만달러 ▲2020년 2억9345달러 ▲2021년 9억4323달러 수준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21억4115만달러를 수주해 전체 86개 수주 국가 중 4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의 공이 컸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17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사 일부를 수주(19억1434만달러)한 삼성물산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수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미 건설 수주액은 점차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올해 미국 건설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2.1% 성장한 1조6338억달러로 전망했다.
글로벌데이터는 "미국 건설시장은 향후 3.7%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해 2026년에는 그 규모가 약 1조899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에 따른 정부 지출도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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