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와 함께 고점 대비 약 30% 떨어져 8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전망들이 맞선다. 연말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일제히 금지할 것이란 점,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한 점, 이란 핵합의 복원 여부 등 확인하고 넘어갈 부분이 산적해 있단 지적이다.
1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5.37달러로 지난 6월8일 기록한 연중 고점(122.11달러) 대비 30.1% 하락했다. 3분기 들어 꾸준히 하향세인데 정유 및 금융투자업계는 유가가 연초 수준(76.08달러)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대두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유가의 상승 동인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일일 원유 수요 증가치를 기존 전망 대비 10만배럴 줄인 200만배럴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세계 원유 수요는 흔들리는 중국 경제와 OECD 경제의 지속되는 (성장) 둔화로 여전히 압박받고 있다"며 "전년 동기 대비 수요 성장은 모멘텀을 잃고 있는데 올해 4분기에는 제로 성장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2023년 수요에 대해서는 210만배럴 증가할 것이란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달 초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10월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기존 대비 10만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 전달에 10만배럴 증산키로 했던 것을 다시 되돌린 수준이지만 많은 에너지 분석가들은 OPEC+가 기존 정책을 10월에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이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OPEC+의 예상 밖 감산에도 불구하고 감산 소식 이후 유가는 오히려 4~5%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와 달러 강세가 유가를 짓눌렀다"며 "OPEC+의 감산 조치는 원유 수요 전망 악화의 신호로 추론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달러 강세도 유가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거론됐다.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구매자들이 원유를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상황속에서 구매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가가 연말까지 상승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유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우선 러시아산 원유 유통 제한이 거론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 겨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대부분 중단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유조선으로 원유를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제공도 금지할 것이기에 이는 유가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제안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세계 유가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가격 상한제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12월5일부터 시행될 것을 이미 예고했다. 또 주요 7개국(G7)은 지난 2일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을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제도에 동참하는 국가에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혀 실제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소수 의견이긴 하나 원유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질러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가격 전망을 유지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건 에너지 전략가는 마켓인사이더와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최근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기업들로 하여금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게 하고 있다"며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므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 핵합의 복원 여부가 향후 유가의 상승과 하락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될 수 있단 견해도 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으로만 한정된다면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을 골자로 2015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이 참여해 체결됐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해 사문화됐으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복원이 논의 중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이란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인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 철회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히며 가까운 시일 내 복원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며 "이란 핵합의 지연에 10월부터 OPEC+ 감산도 시작되는 상황에 유가는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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