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첫 잠실 주경기장 입성
이틀간 공연에 8만8000여명 동원
열기구·드론쇼…데뷔 14년 한눈에
청력 난조 고백…“14년 더 가겠다”
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
‘최초’, ‘최고’, ‘최다’의 새 역사. |
진짜 ‘K팝 퀸’은 아이유였다. 2008년 9월 18일, 열여섯에 데뷔한 소녀가수 아이유는 데뷔 14주년이 된 2022년 이날,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했다.
지난 17~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가 열렸다.
주경기장 입성은 상징적이다. 국내 가요계에선 그간 가왕 조용필부터 방탄소년단(BTS), H.O.T., 싸이 등 톱가수만이 이곳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아이유는 이날 공연으로 티켓 발매 1시간 만에 8만 8000 석 전석을 팔아치우며, 국내 여성 가수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 티켓(9만 9000원~16만 5000원) 수익만 약 80억원에 달한다.
공연은 ‘오렌지 태양 아래’라는 제목처럼 주경기장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 때 시작됐다. 방탄소년단 슈가가 프로듀싱한 ‘에잇’으로 문을 연 무대는 아이유의 14년을 관통해 보여줬다. ‘리얼 대세 아이유’라는 응원법이 생긴 ‘좋은 날’, “가장 행복한 시절”인 스물다섯에 쓴 ‘팔레트’, “가수 아이유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는 ‘무릎’, 초등학생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밤편지’ 등 수많은 명곡이 떼창을 불렀다.
특별한 이벤트도 많았다. ‘스트로베리 문’을 부를 땐 달 모습을 한 대형 열기구를 띄웠고, 공연 후반부엔 까만 밤하늘 위로 드론쇼가 이어졌다. “뚝섬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드론쇼는 막바지로 향하는 공연이 만든 절정의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3년 만에 다시 만난 팬들 앞에서 그동안 숨겨뒀던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1년 전부터 귀를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제 첫 공연을 마친 뒤 귀가 조금 안 좋아져 어젯밤과 오늘 리허설을 하는 동안 지옥처럼 하루를 보냈다”며 “오늘 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아이유의 공연은 세대통합·국경초월의 장이었다. 20~40대 팬들은 기본, 초등학생부터 60대 이상 어머니 팬들까지 자리했다. 60대 팬 이귀주(66) 씨 “ ‘무릎’이라는 노래를 처음 접한 2017년 무렵 팬이 됐다”며 “그 해부터 아이유의 콘서트를 보는 재미로 살았다. 아이유는 세대를 초월해 감동을 주는 가수다. 3년 만에 콘서트를 보게 돼 뭉클했고, 최근의 신곡을 음원으로만 듣다가 라이브로 들으니 아이유 음악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팬 멜리사(27) 씨는 “10년 전부터 좋아해 아이유의 성장을 함께 봐왔다”며 “인생 콘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고, 공연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14년의 시간이 써내려온 역사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아이유는 “10대 때부터 도전하고 달려온 무대의 도착지가 이 곳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 이렇게 큰 무대를 꿈꿔본 적도 없다. 우쭐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14년 더 가보겠다”고 말해 그 어느 순간보다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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