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수도사제 최지윤 신부
국가 단위 교회체계 이뤄
국내 체류 러시아 신자 수만명
대주교-신부-보제 2명 활동
14일 찾은 서울 용산구 러시아정교회 대한교구 서울그리스도부활 성당은 가톨릭 성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황금빛 램프와 여러 성인의 모습을 담은 성화(聖畵)로 화려하다. 이곳을 중심으로 사목 중인 최지윤 신부(33·사진)는 러시아정교회 최초의 한국인 수도사제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러시아정교회의 한국선교사를 다룬 논문을 쓰고 졸업한 그는 201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신학원에 입학했다. 2019년엔 사제품을 받았다.
―정교회와 가톨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교회는 교황의 주교들에 대한 수위권(首位權)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회는 전례와 교리에서 과거 역사적인 공의회 결정을 따르고 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중 성령의 기원에 대해 가톨릭은 성부와 성자 모두 발원한다고 보는 반면 정교회는 성부만을 인정하고 있다.”
―러시아정교회 현황은 어떤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1억 명의 신자에 주교는 200여 명, 사제는 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주교와 사제 수가 많은 것 같다.
“동유럽의 여러 정교회처럼 러시아정교회도 역사 속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독자성과 다양성을 지닌 교구들이 주교들을 중심으로 이런 위기를 극복했다. 러시아에서 사제의 아들은 인기 없는 신랑감이다. 하하.”
―사제에게 아들이 있을 수 있나.
“정교회에서는 기혼자도 성직자가 될 수 있다. 단, 보제(부제)와 사제까지만 맡을 수 있고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는 순결 청빈 순명의 수도계율을 지키겠다고 서원(하느님과의 약속)한 수도성직자만 가능하다.”
―원래 역사학자가 꿈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평신도로 신앙생활하며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점점 성직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집안의 반대 등 어려움은 없었나.
“개신교 모태신앙이고, 어머니 꿈이 아들이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정교회 세례를 받기 전 집안에서 한동안 ‘종교전쟁’이 벌어졌다. 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기혼 성직자를 꿈꾸다가, 결국 수도성직자로 서원했는데 어머니가 ‘교파는 다르지만 아들이 성직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하나님이 들어주신 것 같다’고 하셨다.”
―현재 한국 내 러시아정교회 상황은 어떤가.
“대주교님(테오판 김)을 중심으로 저와 보제 2명이 활동 중이다. 국내에는 체류 중인 러시아 신자들이 수만 명, 우리 교구 본당 신자는 수백 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진행 중인데….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러시아 친구가 떠오른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차이보다는 공통점, 갈등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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