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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세대 초월’·‘최초·최다의 역사’ …진짜 ‘K팝 퀸’은 아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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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가수 최초 주경기장 입성

이틀 공연에 8만 8000명 동원

열기구에 드론쇼까지 14년이 한눈에

청력 기능 난조 고백…“14년 더 가보겠다”



헤럴드경제

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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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리얼 대세 아이유’라는 응원법이 생긴 ‘좋은 날’,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스물다섯에 쓴 ‘팔레트’, 팬데믹으로 관객과 만나지 못했던 3년 동안 큰 사랑을 받은 ‘에잇’, ‘블루밍(Blueming)’, “가수 아이유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고 말한 ‘무릎’, 초등학생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밤편지’까지…. 지난 14년이 3시간 30분의 무대를 꽉 채웠다.

진짜 ‘K팝 퀸’은 아이유였다. 2008년 9월 18일, 열여섯에 데뷔한 소녀가수 아이유는 데뷔 14주년이 된 2022년 이날,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했다.

17~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가 열렸다. 이 공연은 티켓 발매 1시간 만에 이틀 공연 8만 8000 석 전석이 팔려나갔다. 아이유는 반 세기 넘게 한국 대중가요 역사를 이끈 여성 아티스트 중 누구도 쓰지 못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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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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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역사’의 주인공...진정한 ‘K팝 퀸’

2019년 국내 4개 도시, 아시아 6개 도시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포엠’ 이후 3년 만에 열린 아이유의 콘서트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9월 12~18일 기간 중 공연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이번 공연은 티켓팅부터 ‘전쟁’이었다. 팬클럽 ‘유애나’를 대상으로 한 선예매부터 서버는 폭주했다. 팬들 사이에서조차 “대체 팬이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한 팬은 “무려 8시간을 기다려 3층 좌석으로 겨우 예매했다”고 귀띔했다. 필리핀 팬 멜리사(27) 씨는 “일반 예매 때는 도저히 티켓팅을 할 수 없어 취소 표를 노려 첫날 공연을 예매했다”며 “19일 공연은 티켓팅에 실패했지만 공연장 밖에서 함께 즐길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시작은 오후 7시였지만, 주경기장은 일찌감치 붐비기 시작했다. 아이유의 상징색인 보라색 티셔츠와 액세서리, 바지를 입은 팬들이 공연의 설렘을 안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티켓 부스는 무려 8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오픈했다. 아이유의 이번 콘서트는 입장 과정부터 엄격했다. 티켓 부정 판매와 양도를 막기 위해 신분증과 예매 내역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연 시작 4시간 전에 도착했다는 이주환(35) 씨는 “예매자들에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내문자가 수차례 발송돼 이미 팬들 사이에선 티켓을 찾고 입장하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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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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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력 난조 고백…‘오렌지 태양 아래’ 아이유와 함께 한 3시간

콘서트는 타이틀인 ‘오렌지 태양 아래’처럼, 주경기장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 때 시작됐다. 방탄소년단 슈가가 프로듀싱한 ‘에잇’으로 문을 연 뒤 아이유는 “노을이 질 때 석양을 보면서 이 곡을 부르고 싶었다”며 “3년 동안 신곡이 많이 나와 오프닝 곡으로 한풀이처럼 해봤다”고 말했다.

주경기장 전면을 가득 메운 대형 LED 화면으로 아이유의 얼굴이 비추고, 행동 하나하나가 잡힐 때마다 10~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아이유는 “오늘이 데뷔 14주년이 되는 날인데, 이렇게 완벽하게 콘서트도 하면서 축하받을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말했다.

공연은 아이유가 지난 14년 동안 선보인 히트곡들이 꽉 채운 무대였다. 이번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아쉽게 ‘졸업’하는 두 곡도 있었다. 해마다 ‘스물 다섯’ 살이 되는 팬들에게 다시 불린 곡 ‘팔레트’와 아이유의 공전의 히트곡 ‘좋은 날’이다.

공연에서 만난 필리핀 팬 셜리(28) 씨는 “스물다섯이던 때에 ‘팔레트’라는 노래에 많이 공감했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라고 말했다. 여러 이유로 ‘팔레트’의 졸업 무대는 아이유는 물론 팬들에게도 아쉬움이 가득한 무대였다. 아이유는 “스물 다섯에 작사, 작곡하고 소중하게 가지고 있던 이 곡을 부를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라며 “서른이 돼서 그 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팔레트’를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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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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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부르는 한 곡 한 곡마다 아이유는 노래의 의미, 노래와 함께 한 지난 추억을 곱씹었다. ‘무릎’과 ‘겨울잠’은 연이어 나왔다. 특히 ‘무릎’이라는 곡은 따뜻한 노랫말로 많은 팬들이 ‘최애곡’으로 꼽는 곡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온 아이유의 팬 비앙카(27) 씨는 “따뜻한 가사가 위로가 많이 되는 곡이라 ‘무릎’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이 곡에 대해 “아이유라는 가수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고 소개했고, “‘무릎의 느낌을 찾아보려고 쓴 곡이 ‘겨울잠’”이라고 처음으로 고백하기도 했다.

공연에선 아이유의 모든 곡마다 떼창이 터졌다. 산울림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가 시작되고, 아이유가 “여러분 차례 하나, 둘, 셋”을 말하자, 주경기장은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떼창이 이어졌다.

공연 내내 아이유는 “내가 두 명이 아닌 게 너무 아쉬울 정도”라며 팬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고, 유달리 더운 날씨에 “탈진하면 어떡하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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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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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엔 특별한 이벤트도 많았다. 2, 3층 관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스트로베리 문’을 부를 땐 달 모양을 한 대형 열기구를 띄웠다. 주경기장의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천천히 돌며 관객과 만나는 대형 이벤트였다. 공연 후반부엔 까만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드론쇼가 이어졌다. “뚝섬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드론쇼는 막바지로 향하는 공연이 만든 절정의 순간이었다. 공연은 이어 ‘시간의 바깥’과 ‘너랑 나’의 무대로 이어지며 꿈 같은 시간의 마무리 단계로 돌입했다.

모든 무대를 마치고 첫 번째 앙코르곡으로 ‘러브 포엠’을 부른 뒤, 아이유는 3년 만에 다시 만난 팬들 앞에서 그동안 숨겨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유는 “1년 전부터 귀를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어제 첫 공연을 마친 뒤 귀가 조금 안 좋아져 어젯밤과 오늘 리허설을 하면서 지옥처럼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오늘 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워낙 이 곳이 음향 컨트롤이 힘들기도 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오늘 공연은 정말 여러분이 다 했다”는 말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공연은 끝날 듯 끝나지 않았다. 앙코르 공연만 1시간이라고 할 정도로, 앙코르가 유명한 아이유의 공연은 지치지 않고 이어졌다. 깜짝 파티도 있었다. 14주년 기념일을 맞아 아이유의 댄스팀은 케이크를 들고 나와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올해는 데뷔 14주년이면서 아이유가 첫 콘서트를 연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12년 경희대 평화의전당을 시작으로, 2015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과 잠실 학생체육관, 2016년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2017년 잠실실내체육관, 2018년 체조경기장(현 케이스포 돔) 공연으로 해마다 규모를 늘렸다. 2019년엔 여성 가수 최초 체조경기장에서 360도 공연을 열었다. 잠실주경기장 입성은 특히나 상징적이다. 가왕 조용필부터 방탄소년단(BTS), H.O.T., 싸이 등 톱가수만이 잠실주경기장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해외 여성 가수로는 2012년 레이디 가가의 무대가 있었다. 아이유는 이날 공연으로 국내 여성 가수 최다 관객을 동원, 공연 티켓(9만 9000원~16만 5000원) 수익만 무려 약 80억 원을 기록하게 됐다.

아이유는 “오늘 공연을 통해 훨씬 더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것 같다. 10대 때부터 도전하고 달려온 무대의 도착지가 이 곳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애초에 이렇게 큰 무대를 꿈꿔본 적도 없다. 우쭐하지 않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14년 더 가보겠다”고 말해 그 어느 순간보다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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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대한민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 이틀 간의 공연동안 8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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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를 넘나든 날씨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킨 팬들은 “인생 콘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복한 시간”(필리핀 팬 멜리사)이라고 입을 모았다. 팬클럽 유애나 회원인 윤경환(39) 씨는 “오늘이 데뷔 14주년 기념일이라 팬들에겐 정말 축제같은 날이었다”며 “2015년 공연부터 콘서트를 봤는데, 이번엔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게 돼 정말 대단한 가수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유의 공연은 완벽한 세대통합의 장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보통의 K팝 공연에선 보기 힘든 얼굴들이 특히나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부터 20~40대 팬들은 물론, 60대 이상 어머니 팬들까지 눈에 띄었다.

60대 유애나인 이귀주(66) 씨는 “‘무릎’이라는 노래를 처음 접했던 2017년 무렵 팬이 됐다”며 “그 해부터 아이유의 콘서트를 보는 재미로 살았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콘서트를 보게 돼 뭉클했고, 최근의 신곡을 음원으로만 듣다가 라이브로 들으니 아이유 음악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탄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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