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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Pick] 우크라 난민 받아주다 겨울 다가오니 "나가달라"…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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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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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이 극심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난민을 포용했던 각국 가정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이들을 내보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현지 시간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헝가리의 한 시골 마을에서 노부부 집에 머물고 있던 우크라이나 난민 알리사(16세)와 가족이 최근 집주인 부부로부터 집을 비워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4월 알리사는 몇 주째 이어진 러시아의 폭격을 피해 그의 가족과 함께 정든 고향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탈출해 바로 옆 나라 헝가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현지인 부부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며 집 한 편을 내어준 덕에 알리사 가족은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헝가리 정부가 에너지 사용료를 크게 인상하면서 형편이 어려워지자 노부부는 결국 이들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알리사 가족은 "지금은 에너지 요금을 낼 형편이 안된다"면서 노부부는 "아주 공손한 말투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이후 6개월간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두 팔 벌려 우크라이나 난민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에 반발하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걸어 잠그면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올랐고, 경제적 위기감이 번지면서 난민 환대 분위기가 급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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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위한 긴급 지원 프로그램에 예산을 편성했던 각국 정부는 긴축으로 돌아섰고, 자발적으로 의식주 지원에 동참했던 민간인들도 차츰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난민 가족에 숙소를 제공했던 러시아인 자원봉사자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는 "더는 손님을 거둘 형편이 안되는 이들 사이에서 퇴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과거 남편이 일하던 부다페스트의 한 공장 숙소로 아들과 함께 피신 온 우크라이나 여성은 최근 관리자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 여성은 "다른 거처를 찾으려 아파트 70군데를 다녔는데, 자녀를 동반한 우크라이나인이라고 하면 하나같이 '안 된다'라고만 한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른 어느 곳보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폴란드에서조차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우크라이나인 수용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은 바뀌고 있습니다.

더욱이 겨울까지 전쟁이 계속되면 난방이 끊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새로운 난민들이 유럽으로 추가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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