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4고로 중 3·4호기는 재가동 성공
“압연라인 침수 피해 심각…복구 수개월”
일부 직원들 “안전대책 소홀” 목소리도
소방 공무원들이 11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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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49년 만에 고로 가동이 중단된 포항제철소의 복구 작업이 7일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업 정상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포스코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추석 연휴인 9~12일 포항·광양제철소와 그룹사, 협력업체, 관계기관 직원 등 연인원 3만여 명이 투입돼 지날 6일 상륙한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복구 작업을 펼쳤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해병대 등도 인력·장비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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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나흘간 연인원 3만 명 투입
이에 따라 포항제철소 2·3·4고로 가운데 3고로는 지난 10일, 4고로는 12일 오후 4시쯤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2고로는 13일 재가동을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로에서 쇳물이 나와도 제품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후공정에 해당하는 포항제철소 압연 공장은 침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철강 제품은 크게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제선’→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제강’→액체 상태의 철을 고체화하는 ‘연주’→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압연’ 공정(후공정)으로 나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 라인의 경우 지하 시설물 대부분이 침수돼 배수 및 진흙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하 시설물 복구가 완료돼야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라인의 복구·가동 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압연 설비와 냉연·열연 라인 대부분 진흙에 잠겨 후공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복구한다고 해도 정상 제품이 생산될지 의문”이라며 “완전 복구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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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연 라인 심각…복구 수개월 걸릴 듯”
포항제철소의 고로 3기를 모두 휴풍한 건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 발생한 초유의 사태다. 1고로는 노후화로 지난해 종풍(가동 종료)했다. 휴풍은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주입하는 뜨거운 바람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2개월 정도마다 정비를 위해 짧은 기간 휴풍을 한다.
포스코 측은 당초 “닷새 정도는 휴풍해도 고로 속 쇳물이 굳지 않아 공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은 “유럽·일본에서 한 달가량 휴풍한 사례가 있다”고 물러섰다.
지난 10일 재가동에 들어간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사진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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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설비에 진흙이 들어차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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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측은 “고객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광양제철소를 최대 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13일부터는 보유 중인 재고를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한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철소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사내 전문 기술자는 물론 퇴직자, 자문위원 등을 긴급 호출한 상태다.
연휴 기간 중엔 ‘일당 125만원’을 지급해 모터·차단기 등 전기수리 기술자 모집 공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명주 포항전문건설전기협의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날까지 나흘간 경력 5년 이상 전문인력 1257명이 투입됐다”며 “(인건비는) 평일 야근이라면 통상 50만원을 지급한다. 이번엔 휴일·주말·야근이 끼어 있어 125만원이 책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가 무리하게 복구를 서두르다가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스코 직원 A씨는 “회사 측이 일정을 촉박하게 잡고 막무가내로 ‘포항제철소를 살리라’고 지시한다. 식사도 못 하고 화장실도 못 가고 밤새워 일하고 있다”며 “안전조치 없이 전기차단기 등 154㎸ 고압 장비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는 등 목숨을 담보로 작업 중이다”고 주장했다.
직원 B씨는 “물에 잠긴 설비를 살릴 방도가 없다. 인쇄회로기판(PCB)의 경우 부식돼서 사용을 못 하는데, 운송만 몇달이 걸린다”며 “광양제철소에서 예비품을 가져온다고 해도 설비가 돌아갈지 모르겠다. 제품 품질 저하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직원들이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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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및 협력사 임직원들이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 연주공장에서 진흙을 퍼내고 있다. 사진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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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조선 산업 연쇄 피해 우려도”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복구 완료 시점이 관건”이라며 “그나마 최근 국내 철강 수요가 줄고 있어 수급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제품 공급이 지연되고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자동차·조선 등 관련 산업까지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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