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단어 사라지기 전 문제 해결해야”
2018년 8월 이후 상봉 전무…“北, 호응 촉구”
권 장관은 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 발표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명의로 리선권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대북 통지문 발송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대북제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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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일회성 상봉과 같은 방식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남북이 만나서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 수시 상봉 등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이라며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북한 당국이 우리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국민들께서도 정부의 노력을 성원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담화 발표 이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 북한에 대규모 쌀 지원을 할 의향이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는 이런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유인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안을 북한이 무시하거나 이 제안을 비난할 경우에 복안이나 대안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산가족 생존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는 추석이기에 더욱 절실한 문제”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전제가 되고 선후관계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산가족 제의를 통해서 다른 남북관계 문제가 같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26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남측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 아버지 조덕용(88)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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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을 원했지만 북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은 신청자는 올해(지난 8월말 기준)에만 총 2504명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3654명인데 이 가운데 생존자는 약 32.7%(4만3746명)으로 나머지 67.3%(8만9908명)는 이미 고인이 됐다. 생존한 신청자 대부분도 고령이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90세 이상은 29.4%, 80대는 37.0%로 80세 이상이 3분이 2를 차지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회 열렸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면서 4년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집중호우와 최근 태풍 ‘힌남노’ 등 급박한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남측의 협조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는 등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와 남측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감으로 국경을 봉쇄해 민간 차원의 교류도 전무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의 안제노·이수석 박사는 전날 펴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협력과 압박의 병행’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80세 이상 고령자 대다수의 생존 기간이 10여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10여년 후에는 ‘이산가족’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용할 일이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이산가족 정책을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교착 상태에 놓이면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됐으며,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한 양보 방안을 고려해야 했다”며 “이제는 이러한 관행에서 탈피해 이 문제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의 성의를 촉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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