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생산 감산 결정과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 중단에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은 급등하고 유럽 주요국 주가는 급락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회의 후 낸 성명에서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가 하락세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협의체는 "석유 시장에서의 공급 감소와 변동성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 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OPEC+는 당초 지난달 정례회의 때 9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만배럴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하루 1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유 생산량은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OPEC+의 감산 규모가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진 않지만 OPEC+가 원유 가격 방어를 위해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에 국제유가는 3%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5.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9% 올랐다. 헬리마 크로프트 등 RBC자본시장 LLC 애널리스트들은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경기 침체 우려나 정책 주도 공급 증가 기대감에 따른 대규모 매도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 관리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11월 생산량은 다음달 5일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공급 중단에 유럽 가스 가격과 증시는 요동쳤다. 지난 2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 방침을 발표하자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발표 후 첫 거래일인 5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10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31% 뛴 메가와트시(MWh)당 283유로까지 치솟은 후 245.92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역대 최고 수준인 346.52유로까지 폭등했다가 반락하던 가스 선물 가격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가격은 1년 전 기록했던 29유로에 비하면 734% 이상 뛴 수준이다.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DAX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22% 떨어진 1만2760.78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1.53% 밀린 3490.01에 마감했다. 감세와 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리즈 트러스 재무장관이 새 총리로 선출된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0.09% 오른 7287.43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시장은 노동절로 휴장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궁지에 몰린 독일은 올해 말까지 완료하려던 탈원전 계획을 연기하는 한편 이웃 국가인 프랑스와도 에너지 협력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폐쇄할 예정이었던 원전 3기 중 2기를 비상시 예비전력으로 내년 4월까지 계속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최악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 스트레스테스트(위험 대처 평가) 결과 기존 계획을 고수하는 것보다 일부 원전을 남겨두는 편이 에너지 수급을 위해 낫다는 판단이다.
독일은 프랑스와의 에너지 협력을 통해 가스를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요시 독일에 가스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가 필요할 경우 독일이 전기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에 가스를 보내기 위한 공급선을 몇 주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에 가격 상한선을 두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한울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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