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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단독]대체 누구냐...동탄 '8억 로또' 4억 싸게 판 30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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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최고 4억원가량 급락한 실거래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도 실거래가 급락 불안에 휩싸였다. 사진은 동탄신도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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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강남까지 확산한 실거래가 급락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이전 최고가 대비 4억원가량 급락한 실거래가가 잇따라 신고됐다. 6월 말과 7월 말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 84㎡(이하 전용면적) 각각 8억5000만원이다. 이 집은 지난해 9월 12억1700만원까지 올랐다. 10개월 새 3분의 1 가까이 빠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고점보다 시세가 좀 내리긴 했어도 매물 평균 호가가 10억5000만원이다. 최고가가 13억5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016년 1순위 평균 50대 1에 가까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해 2019년 입주했다.

주택시장에 ‘억’ 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최고가 대비 급락하는 실거래가다. 지난 7월부터 눈에 띄게 늘고 강남에선 최고 10억원가량 떨어지며 시장이 실거래가 급락 쇼크에 빠졌다. 가족 등 주로 특수관계인 간 직거래가 아니고 중개업소를 통한 일반적인 거래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 등의 시세나 매물 호가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이어서 비정상적인 거래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탄·송도·마곡·강동·강남서 잇단 급락



실거래가 급락 지역이 주택시장에서 인기 있는 지역이어서 시장의 놀라움이 크다. 수도권 동탄신도시, 인천 송도에서 시작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강동구 재건축 단지에 이어 강남 알짜 단지로 확산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지난달 초 84㎡가 이전 최고가 절반 정도인 6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마곡지구에서 4억원가량 내린 실거래가 나왔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84㎡ 실거래가 지난 4월 19억8000만원을 찍으며 20억원을 넘봤다. 그러다 지난달 초 14억8000만원으로 5억원 뚝 떨어졌다.

이 아파트 주인들 억장이 무너진 것 같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헐값에 팔아버린 사람 대체 누군가"라며 "이웃들 재산을 이렇게 다 깎아 먹고 고덕의 가치를 파괴하나"는 글이 올라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서 4억5000만~7억1000만원 내려간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도곡렉슬 134㎡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50억원 직전인 49억4000만원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8월 42억3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2014년 리모델링한 강남구 청담동 래미안청담로이뷰 110㎡가 지난달 초 2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38억원, 지난해 5월 37억3000만원에서 10억원 정도 내린 금액이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매물 상당수의 호가가 37억~38억원”이라며 “예외적인 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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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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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시세보다 수억 원씩 낮은 거래가 대개 당장 자금이 급한 급매로 본다. 실제로 앞선 거래 사례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일부 복잡한 채무 등 심한 자금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탄신도시에서 4억원 정도 낮게 거래된 아파트가 매도 전 6억원에 가까운 채권최고액으로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7월 말 잠실엘스 59㎡가 지난해 9월 최고가 21억9000만원보다 5억원 가까이 낮은 17억원에 팔렸다. 매도인이 팔기 직전 채권최고액 19억여원으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다른 급매 주택도 대부분 상당한 액수의 대출을 끼고 있었다.



수억 낮추고도 억대로 남아



이들 거래 가격이 확 내렸지만 그런데도 매도인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4억원가량 싸게 팔린 동탄신도시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84㎡는 30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분양받은 '로또'다. 분양가가 4억원 정도였다. 12억원 정도의 최고가 수준에서 매도하면 ‘8억 로또’이지만 8억5000만원에 팔아도 2019년 입주 후 3년 새 4억원을 남긴 셈이다.

래미안청담로이뷰 28억2000만원과 같은 층 직전 거래가 2019년 8월 22억7000만원이었고 그 이전엔 15억원을 밑돌았다. 22억7000만원에 산 사람이 매도했다 하더라도 5억5000만원을 벌었다.

17억원에 판 잠실엘스 59㎡는 2020년 15억원에 매수한 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몇억씩 낮춰 팔아도 남는다”며 “집값이 치솟은 인기 지역에서 억 단위의 급락 거래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트라움하우스 70억 '뚝 '



시세보다 훨씬 낮게 거래된 초급매는 어두운 징조다. 경기 악화의 약한 고리가 급매로 터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금 사정이 궁지에 몰린 사람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게 집 처분이다.

202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였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273㎡가 2006년 60억원에 거래된 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120억원을 찍었다. 이듬해 실거래가가 47억원으로 1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이 집에 40억원에 가까운 채무가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급매 증가는 경기 악화가 집값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주택시장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의 초급매이지만 앞으로 주택경기가 더 고꾸라지면 급전 마련을 위해 손해를 보고서라도 집을 처분하는 급매가 늘어날 수 있다. 집값 하락에 가속도가 붙는 신호다. 잇단 실거래가 급락 소식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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