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병의 조건은 키 174㎝ 이상·스위스 국적·가톨릭 신자·미혼
교황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병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교황청 내에서 교황의 안전과 경호를 담당하는 스위스 근위대가 신병을 모집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110명인 스위스 근위대는 신병 25명을 충원해 인원을 135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바티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하며, 정기 희년은 1300년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돌아온다.
빨강·노랑·파랑 줄무늬의 알록달록한 유니폼으로 유명한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청이 보유한 유일한 군사 조직이다.
0.44㎢ 면적의 바티칸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고 오래된 군대로 불린다.
216대 교황 율리오 2세(1443∼1513)가 1503년 즉위 후 스위스로부터 200명의 용병을 파견받아 근위대를 창설한 게 그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27년 교황과 갈등을 빚던 신성로마제국의 군대가 이탈리아 로마를 침략했을 때 다른 나라 용병들은 달아나 버렸지만, 스위스 용병들은 그러지 않았다.
고작 189명으로 수천 명의 병력에 맞섰고, 147명이 전사한 끝에 교황 클레멘스 7세(1478∼1534)를 피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 용병의 이 남다른 충성심과 용맹성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스위스 근위대가 교황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스위스 근위병은 아무나 될 수 없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스위스 국적을 가진 19∼30세 사이 미혼의 남성 가톨릭 신자만 지원할 수 있다.
키가 174㎝ 이상에 군사 훈련을 이수해야 하는 등 자격 기준이 엄격하다. 스위스 근위병은 5년간 복무한 후에 결혼할 수 있다.
통신은 "스위스 근위대가 신병 모집을 위해 스위스에 새로운 미디어 사무실과 연락소를 개설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교황청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존의 낡은 스위스 근위대 병영을 리모델링하면서 개인 화장실을 갖춘 1인실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두고 여성 근위병의 입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스위스 근위대에 여성의 입대가 허용된 것은 아니고, 자격 요건 역시 여전히 남성만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교황이 결단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로마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에 비춰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은 지난 3월 반포한 새 헌장을 통해 역사적으로 남성 성직자가 독식해온 교황청 부서 장관에 여성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통신은 스위스 근위대 관계자를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 또는 차기 교황이 여성 근위병을 허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1인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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