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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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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매 망신' 대만 변했다…실탄 발사 이틀만에 中드론 첫 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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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6일 대만 진먼다오에 주둔한 대만군이 섬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에 신호탄으로 경고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 대만 자유시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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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군이 대만 상공에 침입한 중국 드론(무인기)을 처음으로 격추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무인기를 향해 처음 실탄을 발사한 지 이틀 만에 격추로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대만해협을 놓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1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金門)방어사령부는 이날 낮 12시 3분(현지시간) 정체불명의 민간용 무인기가 진먼다오(金門島)의 부속 섬인 스위(獅嶼) 인근 수역에 진입한 것을 발견했다. 대만군은 절차에 따라 퇴거를 시도하며 경고했으나 드론이 물러나지 않자 방어 사격을 가해 격추했다. 해당 드론은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군은 “지속적인 수색·경계,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방역 구역을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격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59분쯤 진먼다오 부속 섬인 얼단다오(二膽島)의 해상 통제 구역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 1대에 처음으로 실탄 방어 사격을 가한 바 있다.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도 중국 민간 드론 3대가 잇따라 진먼다오 관할 도서에 들어오자 실탄 방어 사격을 가했다.

진먼다오는 대만이 관할하고 있지만 대만 본섬과 200㎞, 중국 푸젠성 샤먼시와 최단거리로 약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만 방위의 최전선이다.

최근 대만 진먼다오 인근에서는 지난달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중국 드론이 수차례 발견되고 있다. 대부분 군용이 아닌 민간용인데 대만에서는 이를 ‘회색지대(그레이존) 전술’로 보고 있다. 민병대나 민간을 활용해 도발하는 전술을 뜻한다.대만군은 중국이 드론 침입을 통해 대만인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심리전의 일종인 ‘인지전(cognitive warfare)’ 전략을 쓴다고 여겨왔다. 다만 드론이 격추될 경우 중국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어 대응 수위를 조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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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로부터 약 4.5㎞ 떨어진 대만 얼단다오(二膽島)에 중국의 드론이 날아와 초병을 촬영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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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25일 상황이 바뀌었다. 이날 얼단다오 경계 초소에서 근무하던 대만군 병사가 상공에 나타난 중국 드론에 돌을 던져 쫓아내려고 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중국 SNS에 공개되면서다. 중국 네티즌들은 “석기시대냐”고 조롱했고, 대만에서도 ‘직무태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30일 펑후(彭湖)섬 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이 무인기 침범과 같은 ‘회색지대’ 수법울 쓰고 있다”며 “국방부에 국가 영공 안보를 위해 필요한, 강력한 반제(反制·반격 제압)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만 당국이 긴장을 과장하고 있다며 이번 격추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격추 관련 질문에 “관련 상황을 알지 못한다. 대만 당국이 긴장을 과장하는데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전날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국방부가 중국 드론의 출현에 항의한 것에 대해 “대만은 중국의 한 성으로 국방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달 31일 웨이보를 통해 “만일 대만군이 향후 중국 드론을 격추한다면 극도로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군이 대만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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