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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는 나와 반대인 자를 통해 온다…연극 '두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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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매카튼 원작 연극 '두 교황' 30일 국내 초연

86세 신구, 베네딕토 16세 역…정동환·서인석·서상원·남명렬 출연

연합뉴스

연극 '두 교황' 트레일러 이미지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사일런스(침묵)! 더 이상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난 더 성좌에 앉아 있을 수가 없네."

평생을 함께한 신의 음성이 어느 날부터 들리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던 교황 베네딕토 16세. 그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가장 괴롭히고 반대하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믿음과 정반대되는 이의 말을 '신의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교황이라는 권위를 내주기로 결심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다름'을 대하는 성숙하고 고결한 자세를 보여준다.

598년 만에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연극 '두 교황'이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으로 선보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로도 알려진 앤서니 매카튼의 작품으로 2019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이후 넷플릭스가 영화로 제작해 미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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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연습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열리는 이번 작품은 86세의 원로 배우 신구가 베네딕토 16세로 출연해 주목받았다.

30일 개막 무대에 오른 배우 신구는 평생 성직자이자 진중한 학자로 살아온 베네딕토 16세의 무게감을 무대 위에서 손색없이 구현해냈다.

동시에 맥주를 권하는 수녀에게 능청스럽게 "사탄아 물렀거라"며 농담을 던지는 등 '독일식 유머'도 놓치지 않고 극을 무겁지 않게 끌고 나간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사라져가는 신의 목소리를 찾아 헤매는 베네딕토 16세의 인간적이고 처절한 면모는 종교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관객의 마음에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이 날 공연에는 배우 정동환(73)이 교황 프란치스코(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역으로 출연해 신구와 호흡을 맞췄다. 정동환은 배우 남명렬과 함께 과거 독재 정권 아래에서 동료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지닌 채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유쾌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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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연습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원작의 탄탄한 개연성을 기반으로 여러 명대사들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특히 70년대 독재 정권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예수는, 저는 어디에 있었냐"며 절규하는 프란치스코와, 그런 그에게 "독재는 선택할 자유를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소피아 수녀의 대사는 비슷한 아픔을 지닌 한국의 관객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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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연습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상이 변하듯 주도 변화하고 움직인다"는 프란치스코와, "주는 변하지 않는 길이자 진리"라고 강변하는 베네딕토 16세. 서로의 차이를 거리낌 없이 내놓고 치열하게 부딪히는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지루할 새 없이 채운다.

결국 이 둘은 "진실은 사랑 없이는 용납될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의 말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위로를 주고받는다.

베네딕토는 극 초반 "주 없이 우리 인간은 기준과 방향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하지만, 작품은 신의 뜻을 서로에게 전하고 키워나가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을 두 인물의 우정을 통해 보여준다.

공연은 10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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