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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20년의 질긴 악연…외환銀 헐값 인수로 5조원 챙긴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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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한국 정부, 론스타 제기 국제소송에 일부 패소

손배액 6.3조 중 '2800억+지연이자' 배상결정

2003년 자기돈 1703억 등 2.1조에 헐값인수

2012년 3.9조 매각에 배당+손배액 5조 챙겨]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론스타 봐주기 국정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론스타 사태가 밀실 속에서 모피아와 론스타 간의 야합으로 국민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국정감사 기간 동안 정부의 ISDS(투자자·국가 분쟁) 대응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칠 것"을 촉구했다. 2020.10.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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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낸 6조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우리 정부가 일부 패소하면서 20년간 이어진 한국과 론스타의 질긴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차익(4조6635억원)과 손해배상액(2800억원과 지연이자)을 더해 5조원 가량의 차익을 챙기게 됐다. 손배액은 국민 혈세로 충당하는 만큼 '먹튀'의 상징이 된 론스타와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 정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는 2006~2011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계약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2012년 46억7950만달러(약 6조3000억원)를 배상하라는 국제 소송을 한국 정부에 제기했다. 꼭 10년 간 이어진 세기의 소송 결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31일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과 2011년12월부터 최근까지 한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우리 정부가 일부 패소한 것이다.

론스타는 1989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설립된 부동산투자 전문 헤지펀드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국가에서 부실채권과 부동산, 구조조정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한국과의 악연이 시작된 건 1998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전격 인수하면서부터다. 인수 직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과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이 일면서 검찰 수사와 여러 송사에 휘말렸다. 2006년 5월(국민은행), 2007년 9월(홍콩상하이은행·HSBC), 2011년 10월(하나금융그룹) 등 세 차례 매각 실패를 거쳐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고 나갈 때까지 한국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이후에도 ISD 등 한국 정부와 은행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해 악연을 이어갔다.

론스타가 먹튀 해외 투기자본의 상징이 된 건 외환은행 헐값 인수로 거둔 막대한 차익 때문이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모두 2조1549억원에 지분 64.42%를 매입해 외환은행 대주주가 됐다. 론스타가 당시 투입한 인수자금은 1조3383억원(자기자금 1703억원+차입+채권발행 등)에 불과했다. 나머지 8000억원은 외환은행 주식매수 옵션으로 충당했다.

2006년 국민은행과 맺은 매매계약 파기에 이어 2008년에는 HSBC와 5조9000억원 대에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검찰 수사 및 진행 중인 소송 등의 이유로 매각 승인이 늦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발생해 계약이 좌초됐다. 2010년 11월에는 보유 지분 50.02%를 4조6888억원에 넘기는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하나금융과 체결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으로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이듬해 7월 4조4059억원에 외환은행을 넘기기로 하나금융과 2차 계약했으나 승인 절차가 지연돼 또 좌초됐다.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논리도 과거 세 차례 매각 시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의도적인 미승인으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2016년 8월 외환은행을 사간 하나금융을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가격이 높으면 정부 승인을 받기 어렵다고 압력을 가해 매매대금을 깎았다"는 이유를 댔으나 ICC는 하나금융에 완전 승소 판결을 내렸다.

론스타가 결과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로 거둔 총 차익은 4조6635억원으로 추산된다. 인수 이후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으로만 인수대금을 넘어서는 2조9027억원을 회수했고, 하나금융 매각 대금 3조9157억원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겼다. 여기에다 이번 일부 승소에 따른 손해배상액 2800억원 이상을 합해 모두 5조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에 지급할 손배액을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후폭풍이 일 가능성도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과 론스타 이슈가 정치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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