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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3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지만 시장이 아직 갈팡 질팡한 분위기입니다. 에너지 시장도 출렁였는데, 전날 약 4% 뛴 국제 유가가 이번에는 약 5% 떨어졌습니다.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로 당장 충격적인 소식이 터진 것은 아닌데 시장 변동상이 커진 이유는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의미입니다. 단기적인 과민 반응이라면 곧 안정을 찾겠지만 개인 투자자라면 추세가 보일 때까지 관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30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낙폭 순으로 보면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각각 전날보다 1.45%, 1.12% 떨어졌습니다. 이어서 '대형주 중심'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10%, 0.96%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31% 하락해 역시나 나스닥 지수보다 낙폭이 컸어요. 하지만 매도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는지 시카고옵션거래소변동성지수(VIX)는 전달과 같은 26.21을 기록했습니다.
이 날도 연준 고위인사들은 매파 발언을 했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0일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수준인 2% 으로 언제 돌아갈 지 불확실하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PMC) 고정 투표권이 있는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같은 날 "긴축은 잠깐만 하고 빨리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동안은 연준 정책을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내년에도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준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오는 9월 20~21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68.5%로 잡고 있습니다. 자이언트스텝이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0.75%p) 올리는 고강도 긴축 정책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 의사를 밝히면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가 명확해졌다'면서 오히려 시장이 반등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지난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우선 과제인 물가 안정을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 중입니다. 지난 7월 FOMC 회의 무렵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금리는 올려도 경제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착륙이 아니라)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식으로 경제 침체가 따를 가능성을 꾸준히 들먹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자신감을 떨구는 발언인데, 기업들 실적 발표 시즌도 지난 상황이다보니 투자자들로서도 우왕 좌왕하는 눈치입니다.
변동성이 큰 건 에너지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전날보다 5.54% 떨어져 1배럴 당 91.64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 11월물은 4.95% 떨어져 97.8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전날에는 4% 넘게 뛰었는데 하루 만에 5%를 넘나드는 낙폭을 기록한 셈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떠받치기'용 감산 의지는 여전한데 러시아와 이라크가 변수였습니다. 주말부터 산유국 이라크에서는 수도 바그다드 폭력 시위가 무장 충돌 사태로 번지면서 원유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떠올랐는데 이라크 측에서 충돌 사태가 석유 수출에 차질을 빚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나온 후 공급 불안감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 가즈프롬네프트가 서부 시베리아 지역 주요 유전인 자그린의 원유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30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해당 유전에서 원유를 250만톤 생산했는데 앞으로는 550만톤으로 늘린다는 방침(하루 기준 11만배럴 이상으로 증산)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OPEC+(OPEC과 러시아·멕시코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 협의체) 회의 주요국가인데, 오는 9월 5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사우디가 감산을 외치고 러시아는 증산을 주장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또 베네수엘라 역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허가만 하면 미국 쉐브론과 중단됐던 원유 생산 합작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이날 밝히면서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다만 실제 원유 공급이 어떻게 달라질 지는 OPEC+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합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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