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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수백 년간 잊혀졌던 단청의 연잎 빛깔…4년 연구 끝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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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사찰 벽화 복원 등에도 도움

우리 전통 목조건물 하면 단청이 먼저 떠오르죠.

목조건물을 지은 뒤 나무 위에 색깔을 입히는 단청. 이 단청에 많이 쓰이는 색깔 중 하나 녹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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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적인 목조건물인 숭례문. 단청을 부실하게 복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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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녹색을 여러 가지 색깔로 나눠 표현했습니다. 뇌록색, 석록색, 동록색 등입니다. 이 가운데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표현하는 동록색은 제조법이나 재료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구리나 구리합금을 인공적으로 부식시켜 분말로 만들어 쓴다는 정도만 알려져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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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시료에서 체취한 동록색 성분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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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록색을 복원하기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나섰습니다. 먼저 기존에 있던 시료를 채취해 성분분석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성분분석만으로는 동록색이 천연 물감인지 인공적으로 만든 물감인지도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다음엔 한국과 중국, 일본 고문헌을 연구했습니다. 명나라 약재사전인 〈본초강목〉, 조선시대에 쓰인 일봉의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등을 참고했습니다. 구리그릇을 초산이나 소금으로 부식시켜 만든다는 구절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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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원은 4년 간의 연구기간 동안 수많은 재현을 통해 동록색과 가장 가까운 색깔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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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부터는 수많은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각종 방식으로 구리나 구리합금을 부식시켜봤습니다. 그 결과 소금으로 부식시키는 게 가장 원형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전통은 잃어버리기는 쉽지만 다시 찾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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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한 동록색 제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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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으로 동록색을 재현해 내는 데 성공하면서 단청 외에도 부처를 그린 그림(괘불)이나 사찰 벽화, 조선시대 초상화 등을 복원하는데도 탄력이 붙게 됐습니다. 단청 부실복원 논란이 일었던 숭례문 복원에도 쓰일 수 있을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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