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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사퇴' 13세기 전임자 칭송한 교황…힘실리는 조기 사임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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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첼레스티노 5세 유해 안치된 이탈리아 라퀼라 방문

연합뉴스

첼레스티노 5세 무덤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를 방문해 첼레스티노 5세 무덤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2022.8.29 photo@yna.co.kr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유한주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를 방문하면서 조기 사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라퀼라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스스로 물러난 첫 번째 교황으로 기록된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전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2009년 30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 이후 지금까지 재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 악화로 생존 중 조기 사임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교황이 이곳에서 여러 차례 첼레스티노 5세를 칭송하는 발언을 하면서 조기 사임설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첼레스티노 5세는 1294년 즉위 5개월 만에 사임해 '생존 중 퇴위'라는 첫 사례를 남겼다.

이날 교황은 라퀼라의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에 있는 첼레스티노 5세 무덤 앞에서 기도한 뒤 "사람들의 눈에는 겸손한 자들이 약하고 패배자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오직 그들만이 주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그의 뜻을 알기에 진정한 승리자"라고 말했다.

첼레스티노 5세는 교황직에서 사임한 것 때문에 단테의 '신곡'에서 겁쟁이로 묘사되며 조롱받은 바 있다.

교황은 이어 "겸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가 아니라 우리의 잠재력을 알게 하는 건강한 현실주의"라며 "어떤 권력도 '용감한' 첼레스티노 5세를 가두거나 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첼레스티노 5세가 자비와 용서를 통해 고뇌와 죄책감을 자유와 기쁨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도 2013년 건강상 이유로 교황 직무를 내려놓은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사임 발표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방문했다.

이 때문에 교황청이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라퀼라 방문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사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5세의 고령인 데다 올해 초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가 나빠져 자주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임의) 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며 사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교황의 조기 사임설에 힘을 싣는 다른 정황도 적지 않다.

교황은 전날 새 추기경 20명을 대거 서임했다. 무더운 휴가철인 8월에 추기경 서임식이 열린 것은 1807년 이후 처음이다.

일정대로라면 교황은 29∼30일 추기경 회의를 주재해 새 바티칸 헌장을 논의한다.

추기경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깜짝 사임 발표를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측까지 나온다.

현재 교황 선출 회의(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약 63%(132명 83명)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인물로 구성됐다.

다만, 새 교황을 선출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살짝 미치지 못한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에 새 추기경을 또 임명해 자신의 개혁을 이어나갈 후계 구도를 완전히 마련한 뒤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hangyong@yna.co.kr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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