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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코스닥 PICK] ‘휴먼 로봇’ 개척자 레인보우로보틱스…군사용·협동 로봇으로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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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고전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코스닥에 대한 개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실제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6조원을 순매수하며 손실 만회를 위한 손바뀜이 분주하다. 공모주 시장 역시 얼어 붙으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위한 코스닥 기업 투자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새로운 이슈가 있거나,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는 코스닥 기업들을 골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한국 최초의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 ‘휴보(HUBO)’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됐다. 휴보는 2000년 일본의 혼다가 개발한 로봇 ‘아시모’에 이어 200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이족보행 로봇이다. 이 로봇은 키 120cm, 몸무게 55kg이며, 35㎝의 보폭으로 1분에 65걸음을 걷는다. 휴보를 개발한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는 2011년 2월 벤처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했다. 그는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재직 중이다.

그의 제자이자, 휴보의 공동 개발자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특정한 형태의 로봇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동 로봇, 작업 로봇, 센서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제공하는 종합 로봇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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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가 협동로봇을 소개하고 있다./레인보우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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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형 로봇’에서 나아가 협동 로봇·군사용 로봇 개발로 사업 확장 나서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은 아직 미완(未完) 단계다. 상용화 단계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연구 목적으로서의 기술적 가치가 높아 수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당시 오 교수팀은 휴보를 개발해, 2015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관하는 세계재난로봇 대회 최종 결선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챌린지에서 우승하려면 로봇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해 스스로 내린 뒤 전동 드릴로 벽 뚫기, 계단 오르기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국내 로봇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휴보의 선주문 요청을 받아 매출을 실현했다. 당시 미국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 휴보 6대를 수출했다. 또 싱가포르의 국책연구기관에 휴보 2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휴보는 구글, 미 해군연구소(NRL)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연구기관 및 기업, 대학에 연구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보 뿐 아니라 다양한 로봇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초정밀지향 마운트 시스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무인으로 운영하는 전세계 6곳의 관측소에 레인보우로보틱스 마운트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로봇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정밀지향 마운트 시스템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초정밀지향 마운트 시스템은 주로 천제·위성 등 우주 물체를 관측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사업 부문이 협동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사업 영역이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며 물리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일컫는다. 주요 선진국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고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인간 노동의 대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협동 로봇 시장규모는 7.1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 123억달러로 연평균성장률(CAGR)이 약 50.3%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덴마크 기업 ‘유니버설 로봇’이 글로벌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외의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도 협동로봇을 제조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의 핵심 부품 내재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2019년 7월 출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RB 시리즈’는 자체개발한 구동기, 엔코더, 브레이크, 제어기 등 핵심 부품을 적용해 약 50% 원가율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전체 매출의 약 80%가 협동 로봇에서 발생한다. 이정호 대표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대기업 등과 경쟁해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존에 보유한 로봇 기술을 응용해 자율이동로봇, 의료용 로봇, 식음료 등 부문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의 경우 산업용 로봇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선진국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이 아닌 서비스 로봇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의료, 국방, 식음료 등 전문서비스업에 활용되는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걸어 다니는 로봇 병사 개발에도 나선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대로템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군용 다족보행로봇 개발사업을 시작한다. 2024년까지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본체, 임무장비 및 원격조종장치 등 시제품을 육군에 납품하게 된다.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은 4족 보행 로봇으로 야지의 험로 및 장애물 구간에서도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으며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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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보행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모습./레인보우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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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 “내년 본격적 실적 성장 궤도 안착 예상...목표가 상향”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현재까지는 매출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흑자(2억원)를 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한 점이 고무적이다”이라며 “높은 성장 잠재력에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닥 131위(시총 4824억원)인 이 기업의 최근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와 주식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로봇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건재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1일에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 6개월 수익률은 42.04%, 1년 수익률은 46.57%에 달한다.

이정호 대표는 “생산인구 감소, 비대면의 확장, 선진국 진입에 따른 생산성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로봇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됐고 그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어느 로봇회사가 경쟁력이 있는지, 투자자들이 다시금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평가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현실 세계에서 단순한 보여 주기식이 아닌, 실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로봇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목표주가를 3만5550원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만8000원에서 25% 상향한 3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23일 종가 기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2만9900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본격적인 실적 성장 궤도에 안착,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6.9%, 247.1%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핵심 부품의 가격 경쟁력,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 공장 확장 이전으로 인한 협동 로봇 생산량 개선, 4족보행과 음료 로봇 관련 매출 발생 등으로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협동 로봇 사업의 안정적인 흐름에 더해 다족보행로봇 사업의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24년 실적 추정치(2024년 매출액 496억원)를 수정함에 따라 목표주가를 상향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경쟁사 진입은 위험요인이다. 한유건 KB증권 연구원은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한 가격 경재력 확보, 제품 라인업 확장은 매출 증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신규 경쟁사 진입으로 인한 경쟁 심화,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래사업의 한 축인 로봇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당분간 로봇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도 로봇을 신(新)성장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 정부도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로봇 산업 강화를 포함, ‘로봇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서는 조선소 협동 로봇 규제 개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두현 연구원은 “최근 산업 고도화에 따라 단순·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작업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능을 보유한 대상이 필요해졌으며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로봇”이라며 “로봇은 지능과 효율성을 모두 겸비했다는 점에서 기계와 차별성을 지니며, 인력 대체에 효과적이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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