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낮은 유동성·변동성' 악순환",
"OPEC+ 차기 회의서 감산 검토할 수도"]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 /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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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인사의 한마디에 국제 원유시장이 흔들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의 목표 원유 생산량을 관리하는 사우디의 에너지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원유 선물시장은 최근 매우 얕은 유동성과 극단적 변동성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충분한 유동성이 없으면 높은 수준의 단절이 발생한다"며 "이는 석유시장, 에너지 상품 및 기타 상품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만 장관은 원유 시장에 나타난 악순환이 "수요 붕괴에 대해 입증되지 않은 얘기, 대량 공급에 대한 반복적인 뉴스, 가격 상한과 제재 등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모호성과 불확실성으로 증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유 선물가격이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에 대한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극심한 변동성이 시장의 기본 질서를 방해하고 원유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는 이런 도전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감산을 포함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이전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며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생산량 축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OPEC+의 차기 회의는 오는 9월 5일에 열린다.
OPEC+는 매달 정례회의를 통해 주요 산유국들의 목표 생산량을 결정한다. OPEC+는 팬데믹 기간 급감한 수요에 사상 초유의 감산을 결정했다가 지난해 7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달 40만 배럴이었던 증산 규모는 올해 8월 64만8000배럴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OPEC+은 경기침체 등에 따른 수요 감소를 우려하며 이달 회의에서 9월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대폭 줄었다.
주요 외신은 OPEC+의 감산 언급은 최근 배럴당 90달러대에 머무른 국제유가의 하락세와 연관이 있다고 봤다. 원유 수출이 국가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유국에는 유가가 높을수록 이득이다.
서부텍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공급난 사태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최근 각국의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사태로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을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는 원유 수요가 다시 줄어들 거란 우려로 이어졌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살만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증산 계획을 발표한 미국에 대한 경고장이란 해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도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 미국은 내년 원유 생산량을 기록적으로 확대해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2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년 산유량을 '기록적인 수준'까지 늘리겠다며 2023년 미국의 목표 산유량을 일평균 1270만 배럴로 제시했다. 영국 에너지기업 B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120만 배럴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시장은 살만 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WTI 가격은 장 초반 수요 둔화 우려에 장 중 한때 배럴당 86달러까지 빠졌다가 살만 장관의 감산 언급에 다시 90달러대로 회복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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