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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공해의 자유’ 美 보란듯...남중국해 야욕 채우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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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경쟁’에 위협받는 동남아시아 안보

中, 인공섬·활주로·기지 건설로 영역 확대 지속

“강대국의 부당·빈번한 개입, 평화·안정 위협” 주장

펠로시 美의장 대만 방문 이후 美·中갈등 더 고조

美 “중국의 군사활동 5년간 급증 ‘위협적’ 확대...

대만·주변국의 항행·비행자유 박탈할 가능성도”

일부선 “中, 직접 충돌보단 회색지대 전략으로 압박”

아세안, 힘모아 ‘해양활동 문서화·강령 수립’ 시급

헤럴드경제

미국과 필리핀은 1947년 군사협정, 1951년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해 과거부터 안보 동맹을 굳건히 지켜왔다. 양국은 남중국해(南中國海)에서 중국의 영향력 이 커지자 상호 방위조약의 이행을 거듭 강조해 중국을 함께 견제했다. 토니 블 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 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상호 방위조약에 대한 미국의 약속과 이행을 강조하며 “여러분과 공동 과제에 임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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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랫동안 ‘공해의 자유(Freedom of the Seas)’ 가치를 내세우며 모든 국가의 국민이 자유롭게 영해 외의 해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공해의 자유 유지가 국가 번영과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중국 남쪽, 필리핀, 인도차이나반도와 보르네오섬으로 둘러싸인 바다 남중국해(南中國海)에서 공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과거부터 이어왔다. 남중국해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위협적으로 영역 확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갈등을 빚기 전부터 미국은 이곳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필리핀이 1946년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을 때 소련의 침공을 우려해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군 철수를 반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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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로 필리핀과 미국은 1947년 군사협정, 1951년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해 안보 동맹을 결성했다. 이후 미국은 대만, 베트남 등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연루된 국가들과 유사한 방위조약을 맺기 시작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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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파라셀과 스프래틀리 군도가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남중국해 내에서 군사력을 확대하고 인공섬을 만들며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자, 이는 미국이 수호하고자 하는 공해의 자유는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이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로 연결되는 제1도련선과 사이판-괌-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도련선의 장악을 위해 나서고 있는 만큼 남중국해 내 공해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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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의 자유(Freedom of the Seas)’ 가치를 오랫동안 중시한 미국은 남중국해(南中國海)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자 질서 유지를 위해 개입해왔다. 지난해에도 미국은 군함과 항공기를 이곳에 배치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제를 크게 강화했다. 지난해 1월과 2월, 4월에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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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권 경쟁’ 종결 원하는 中...동남아시아 위협 커져=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이뤄진 중국 대만 포위 훈련 후 고조되기 시작했다. 양국은 남중국해의 평화 유지를 두고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현재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역외 강대국의 부당하고 빈번한 개입”이라며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이곳에서 군사 활동을 위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일라이 래트너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올해 상반기 동안 남중국해에서 중국군과 관련된 사건이 수십건 발생했으며, 이는 5년간 급격히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공격적인 모습이 중대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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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외교협회(CFR)도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물리적으로 인공섬의 크기를 늘리거나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이 위성 이미지로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암초에 모래를 쌓거나 군사 시설과 활주로를 건설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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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파라셀과 스프래틀리 군도에는 각 20개, 7개의 전초 기지가 있으며, 최근에는 우디섬을 군사화하기도 했다.

다만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의 물리적인 위협이나 군사력 증강이 미국과 전면전을 원해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신 ‘패권 경쟁’이 끝났다는 것을 동남아시아 국가에 납득시키는 것이 당장 중국의 과제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전 지역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부과해 주변국과 대만의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이 동남아시아 안보까지 위협하자 미국은 지난해부터 동아시아 동맹국과 안보·군사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중국에 압박을 가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한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미국과 호주, 영국 간 외교·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의 결성이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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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파라셀과 스프래틀리 군도에는 각 20개, 7개의 전초 기지가 있으며, 최근에는 우디섬까지 군사화하기도 했다. 사진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 쿠아테론 리프에 지은 기지.[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 제공]


▶中, ‘회색지대’ 전략으로 남중국해 장악 가능=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정의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왜곡해 공격적인 행위에 명분을 부여하는 ‘규범의 퇴행’이 미래에 확산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남중국해 갈등도 규범의 퇴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세력 균형과 역사적 종주권이라는 논리를 앞세우며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적대국에 계속 압박과 위협을 주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색지대 전략은 전쟁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는 않지만, 주변국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안경비대와 해상 민병대의 배치를 확대해 이웃 국가의 해역 접근을 시도하며 미국의 중재 역할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중국이 회색지대 전략으로 작은 국가들을 남중국해에서 천천히 밀어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행동 강령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역할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세안은 중국의 해양 활동을 문서화하고, 국가별로 억지력을 강화하기보다 협력을 통한 안보 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을 만큼의 병력과 전력 미사일을 필리핀 인근에 배치해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가들은 강조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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