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정책기획수석 이관섭…새 홍보수석 김은혜·2차장 임종득 |
(서울=연합뉴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다짐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의장을 비롯한 후반기 국회의장단과 첫 만찬 회동을 하고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 의지를 밝힌 데 이어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강화와 청와대 일부 인적 개편 등 통합과 쇄신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인사실패 시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집권당의 권력다툼 내홍 등이 겹치며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한 뒤 과감한 국정 쇄신을 요구받던 와중에 나온 움직임이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의 폭 등이 여론의 눈높이에 못 미친 게 사실이지만, 윤 대통령이 일단 인적 쇄신과 협치의 두 축을 기반으로 새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다행스럽다.
윤 대통령은 의장단과의 만찬 회동에서 "민생이 워낙 힘든 때인 만큼 여야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며 '여소야대' 국회에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연금·노동 개혁에 대해 "연금·노동 개혁이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와 외교·안보 분야에 많이 가 있고,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대통령 경호처는 21일 집회·시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를 강화했다. 이틀 전 의장단 만찬에서 김 의장으로부터 건의를 받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에 지시해서 이뤄진 조치로 전해졌다. 지난 6월 7일 출근길 문답에서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다.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던 윤 대통령이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잘된 일"이라며 반겼고,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치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논평을 냈는데, 윤 대통령이 보여준 가시적인 대야 협치의 행보로 평가된다.
다만 대통령실 조직개편의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선 공약인 대통령실 슬림화해 역행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큰 폭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충함으로써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윤 대통령은 21일 홍보수석 교체와 정책기획수석 신설 정도의 소폭 개편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다툼이 집권당 내홍 사태로 비화하며 윤석열 정부 국정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도 정무 라인 등의 쇄신을 꾀하지 않는 것은 미흡한 대목이다. 정책기회수석을 신설한 것은 여론에 부합했다. 만 5세 취학 논란과 주52시간제 개편 등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의 엇박자와 정무적 판단의 부재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실 정책역량의 제고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은 "나라의 큰 결정을 하거나 작은 결정을 할 때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신중한 자세로 정책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정홍보의 실패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대국민 소통의 가교 격인 홍보수석을 교체함으로써 일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20차례나 썼다. 민심을 받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이리라. 이어 국회에 손 내밀고 대통령실을 개편하는 조치로 가시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민심은 더욱 큰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 "인사 참사를 부정하고 국민의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한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윤 대통령이 경청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여전히 공석인 교육·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선을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인재 풀을 넓혀 유능하면서도 통합적인 인사들로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정책을 앞세워 재출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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