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일본 전범 기업 ‘자산 현금화’ 시간 문젠데···정부 해법은 첩첩산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 ‘강제 매각’ 결정 연기

경향신문

먹구름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 기한인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권도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정부, 일본 기업 직접 배상 아닌
대위변제·기금 조성 등 원하지만
일 ‘사죄’ 뜻 없고 피해자들은 반발
국내 여론도 부정적…고심 깊어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결정 기한인 19일까지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음에 따라 현금화까지는 약간의 시일이 더 걸리게 됐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일본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현금화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른 법적 후속 절차이므로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현금화를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대법원이 특허권 등의 압류명령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재항고를 이날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계속하도록 결정한 것은 이 판결에 따른 사회적·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면 피해자들이 압류된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특허권 등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부와 피해자 측,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이날 결정을 주목하고 있었다.

일본은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의 근간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무력화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에 대한 대응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긴장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해결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하는 것을 배제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면서 “현금화 이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일본 기업들의 직접 배상이 아닌 대위변제나 기금 조성 등의 방법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풀겠다는 의미다. 해법 모색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직접 배상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외교부는 앞서 대법원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설명하며 현금화를 늦춰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윤덕민 주일 대사가 “한·일 기업의 수십~수백조원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수 있다”면서 현금화 절차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대법원을 향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 현금화 이외의 다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법원의 현금화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또한 대위변제나 기금 조성 등의 방법은 이미 법적으로 배상받을 권리를 확보한 피해자들이 모두 동의를 해줘야 가능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결정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미 일부 피해자들이 이에 반발하고 국내 여론도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어 정부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기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국내적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측에 사죄표명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고 있으나 일본은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