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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 라인’·한동훈 장관과 연수원 동기…살아있는 권력 수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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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속시킨 ‘특수통’
“검찰 중립성 지킬 것” 일성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수사
‘이원석호 검찰’ 향배 가를 듯

검사 기수역전에 줄사표 전망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소신이 강한 원칙론자로 평가된다. 그가 총장에 취임하면 검찰의 수사 강도가 한층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수통 검사인 이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찰 직할체제를 구축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손을 댈 수 있느냐에 따라 ‘이원석호 검찰’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이날 지명 직후 서울 서초구 대검 현관에서 소감을 발표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그는 취재진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지적하자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가장 밑바탕이고 뿌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지명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검찰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검찰총장 공백 상황에서 직무대리를 맡아 검찰 조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장관과는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협의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믿을 수 있다’는 정권의 판단을 받은 결과가 검찰총장 내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 부장들까지 구성이 끝난 상황이지만 직무대리의 자격으로 인사 의견을 제시한 이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부임하면 ‘총장 패싱’ 논란, ‘식물 총장’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다.

검찰총장의 역할은 수사팀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도록 외압을 막는 방파제에 비유된다. 이 내정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 내정자는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때 평검사 시절 상관이었던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 기소할 정도로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칙론자에다 소신이 강해 정권 실세인 한동훈 장관에게 마냥 끌려다니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검사들이 많다. 반면 야당은 이 내정자가 ‘윤석열 사람’이기 때문에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이유에서 야당과 전 정부 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는 강도 높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이원석호 검찰’의 향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특수수사 부서와 기획 부서를 두루 거쳤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현 서울동부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2007년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근무했고,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때는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를 직접 조사해 구속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영전해 보좌했다.

이 내정자는 굵직한 수사마다 성과를 내며 검찰 동기인 한동훈 장관과 ‘투톱’으로 꼽혔다. 이 내정자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자 직무대리를 맡았다. 이후 그가 보인 리더십을 두고는 검찰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지난 16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도 이 내정자가 검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추진력 있게 업무를 처리한 점을 높이 평가해 후보 4명 중 한 명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이 내정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사법연수원 동기·선배 검사들이 줄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고검장급 검사 중 막내 기수인 이 내정자는 전임인 김오수 전 총장(20기)보다 일곱 기수나 낮다.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으로 부임하면 지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직하는 관례가 있다. 관례에 따르면 검찰을 떠나야 할 동기·선배가 19명에 달한다. 이들이 지휘부 공백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다음 정기 인사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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