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8·16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정책이 2024년께 마련될 것으로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까지 도시 재창조 수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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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올해 연말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임기 내 착공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8·16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뒤로 밀린 모양새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는 29만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질서 있게 개발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심교언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민간 대표도 “지역마다 사업 여건이 다르고, 3기 신도시 등 주변 택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의 최초 입주는 1991~1993년 사이로, 올해 기준 건축 연한이 30년 넘는 아파트가 전체의 16.7%(국토연구원 통계)에 달한다. 특히 평촌·분당의 경우 2만5000가구 이상이 건축 연한 30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마스터플랜 발표가 늦춰지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언제까지 기다리란 얘기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8·16대책은) 2024년 총선을 겨냥한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당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대선 공약보다 후퇴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컸다. 올해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지만 1기 신도시는 재건축 특별법 기대감에 집값이 상승했다. 특히 분당 신도시의 경우 올해 주간 발표 누적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0.34% 올랐다.
사실상 1기 신도시 문제가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경우 투기수요 유입, 가격 상승 우려, 이주 대책, 지역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에 난관이 많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공약 미실행에 따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대선 공약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마스터플랜이 늦어지면서 이번 정부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논란이 커지자 원 장관은 17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당장 용적률을 높여 새집을 갖고 싶은 주민의 욕구도 존중하지만, 앞으로 29만 가구에 달할 1기 신도시는 모빌리티 혁명과 스마트도시 등 미래 50년을 내다본 가치가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1년 이상 마스터플랜을 짤 시간이 필요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 조치도 있어야 하므로 2024년을 목표로 한 것이지, 시간을 끌기 위한 것으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수립 시 통상 소요되는 시간(2~5년)을 감안할 때 속도감 있게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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