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대사, 소수 매체 대상 80분 회견
"대만 통일, 필요하다면 힘으로 할 것"
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 사진은 지난 2월 24일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이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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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이 대만해협에서 훈련하거나 통과할 경우 중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공식 방문, 인근 해역 군사 활동을 미·중 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 대사는 이날 워싱턴에서 소수의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80분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국 고위 관료가 장시간에 걸쳐 서방 기자들로부터 민감한 사안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친 대사는 중국 외교부가 승인한 격한 표현을 사용했고, 정확한 문구를 전달하기 위해 간간이 준비된 서면을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 대사는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미국은 이 지역에서 너무 많은 것을 했고 너무 멀리 나갔다"면서 "미국인 동료들은 자제하고, 삼가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따라서 만약 중국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손상을 입히는 움직임이 있다면 중국은 대응할 것이다. 중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무력 시위를 벌이자 미 해군의 대만해협 훈련 및 항행 계획을 발표했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12일 미국은 앞으로 몇 주간 대만해협 상공과 해상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 것이라고 예고했다.
친 대사는 중국의 무력시위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전문적이었다"고 항변하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와 인민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방어에 대한 강한 결심과 결정,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9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연간 "100회 항행"했다는 친 대사의 이날 주장보다 훨씬 적다. 지난 10년간 대만을 방문한 미국 의원은 149명이다.
미국은 대만해협 통과와 미 의원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미국의 정치적 도발이자 대만해협에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친 대사는 미군의 대만해협 항행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이자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정부를 지지하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현상을 변경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1982년 미·중 공동 성명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친 대사는 또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 단절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화를 복구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군사 대화, 기후변화, 마약 퇴치 등 8개 항목 협의 중단을 발표했다.
친 대사는 개인적 분노와 실망감도 표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친 대사는 "나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의 방문을 "중단할 책임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친 대사는 "(정상적 관계를) 재개하기 위해 미국은 대만에 대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진정한 '하나의 중국' 정책이 뭔지 되새기며, 긴장을 고조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자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친 대사는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대응 의지를 미국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회는 독립된 기관으로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백악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의회는 미국 정부의 일부이지 독립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기관이 아니다"라면서 "의회는 미국 외교정책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행정부와 의회의 권력 분립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 측 오류라고 지적했다.
친 대사는 중국의 대만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지나치게 초조해 한다(over-nervous)"고 부인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추측에 대해선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친 대사는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가능하다면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중국은 대만의 분리주의(separatism)나 외세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서만 후자(힘)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사는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대만이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의 국가(일국)가 없다면, 두 개의 체제(양제)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통일 후 중국 체제가 우선시 될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이 직접적인 통제를 가하고 있는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미·중이 대만을 놓고 대치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윈 선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폴리티코에 "중국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대표단을 보내 정상회담 여건을 마련하고 있어 적어도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은 성사되는 것"이라며 "표면 아래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한 실무급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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