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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소부장칼럼]소부장 전략, 공급망 안정과 혁신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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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 갑자기 터진 한-일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크나큰 충격이었다. 2019년 7월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정도로 소부장 영역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일반인도 소부장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으며, 정부의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소부장 전략을 공급망 안정과 혁신 창출 관점에서 짚어 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산업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수출 중심이다. 소부장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지적인 정정(政情) 불안이나 자연재해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공급망의 허점을 보완하지 못함으로써 취약한 부분이 노출됐다. 게다가 2019년 말에 터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기간에 무너지고 세계의 산업이 거의 동시에 멈춰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공급망 회복과 안정이 글로벌 이슈가 됐다.

G2 기술 패권 경쟁이 통상 마찰을 넘어 첨단소재, 반도체, 5G 통신기기 등 소부장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지역화와 블록화 동향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소부장의 공급망은 길고,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스마트폰에는 1600개, 자동차에는 2만개, 한국형 발사체에는 37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반도체 제조에는 1000개 이상의 공정을 거치는 동안 70개 국가에서 1만6000개 기업이 공급한 소재와 장비가 사용된다.

정밀화학 소재만 해도 10만 가지가 넘을 정도로 소재 수도 많다. 공급망은 몇 개의 소재나 부품만으로 안정되지 않으며, 첨단소재나 부품만이 공급망을 불안하게 흔드는 것도 아니다. 마스크 대란이나 요소수 공급 차질에서 봤듯이 전혀 주목받지 못한 소재 하나가 공급망을 뒤흔들 수도 있다.

공급망에는 예기치 못한 변화가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민간이 상시 주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불안 요소를 해소하지 못할 때 이차적으로 정부가 산업 보호 차원에서 취약한 부분을 전략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공급망 안정은 선제 대응이 최선이다. 기업의 회복 능력과 민첩성을 키워서 공급망 변동에 대응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비교 우위에 바탕을 둔 국제분업은 앞으로도 유효하기 때문에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 경쟁력 있는 영역을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공급망 변화를 주도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소부장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혁신 창출 영역이다. 산업 부분이 창출하는 전체 혁신의 대부분이 소부장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로 소부장은 혁신의 원천이다. 선진국이 첨단소재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첨단소재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력 양성, 지식 네트워크 구축, 연구개발 인프라 고도화, 사업화 촉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소부장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생각해야 할 몇 가지를 짚어 본다. 첫째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소부장 연구를 사업화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대량 제조 공정을 개발하거나 물성을 평가하고 신뢰성을 검증하는 등 후속 연구에 많은 관심을 두게 해야 한다.

소부장 개발 단계별 지원 규모를 확대해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단계별 보상 체계를 구축해서 연구자 간 협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학·연구소의 인사평가에 특허, 기술지도(자문), 창업, 창업지원 등 비중을 높여서 기초연구-응용-개발-사업화의 전 주기 전반에 걸쳐 연구자원이 골고루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의 소부장 기술을 개량하거나 역설계하는, 즉 실패하지 않는 개발에 익숙한 탓에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채택하는 데 소극적이다. 경쟁기업보다 먼저 신소재를 수용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파괴적 혁신에 익숙해져야 한다.

셋째 도전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부장은 전통적인 영역임에도 대단히 큰 산업적 파급효과가 기대되지만 기술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가 대단히 큰 '딥테크' 영역으로 분류된다. 정부 지원만으로 리스크를 축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소부장 전용 펀드를 확대하고 벤처캐피털을 육성, 민간의 인내 자본을 유인해야 한다.

소부장 성공 전략은 현재의 공급망 안정화뿐만 아니라 미래의 혁신 창출 관점에서 짜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 체계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수립, 가용자원의 합리적 배분 등 입체적인 소부장 전략으로 허점을 최소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jkpark@nanotech2020.org

전자신문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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